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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지역 국내차 누벼/우리 근로자들 신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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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수로지역 국내차 누벼/우리 근로자들 신포생활

입력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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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TV 식상 위성TV 설치 고대/논에서 잡은 우렁이된장국 인기함남 금호지구(신포)의 경수로 공사 현장은 과연 이곳이 북한땅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국내 협력업체 기술자들이 자유스럽게 돌아다녔다. 국산상표를 부착하고 길거리를 누비는 현대·대우 등의 덤프트럭, 불도저의 모습은 이곳이 국내 건설현장이 아닌지 하는 착각을 일으키게 할 정도였다.

그러나 88명의 현지 근로자들이 털어 놓는 어려움은 역시 간단치 않았다. 가장 큰 어려움은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외로움이다. 지난 4일 서울과 직통전화선이 개통됐지만 4개 회선만으로는 폭주하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생활은 단조롭다. 일과 이후인 하오 5시부터는 특별히 할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한계가 있고 갈곳도 마땅치 않다. 저녁에 나오는 북한 중앙방송은 취향에 맞을 리가 없다. 북한 방송에서 아기자기한 드라마나 화려한 쇼 같은 남한식 TV 프로그램은 상상하기 어렵고 대부분은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강조하는 정치선전물이다. 밤 10시30분부터는 「임꺽정」 「홍길동」 「춘향전」 등 북한영화와 가요를 비디오로 보여 주지만 흥미를 끌기에는 미흡하다. 그래서 근로자들은 조만간 설치될 위성TV수신장비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먹는 것도 문제다. 신선한 채소를 구하지 못해 저장되거나 1차 가공된 식품이 나오는데 굶주린 북한주민들을 생각하면 진수성찬이라고 위안해야 하지만 그래도 입맛에 안맞으니 이만저만한 곤욕이 아니다. 요즘에는 공사장 근처의 논에서 우렁이를 잡아 된장을 넣고 국을 끓여 먹는 것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래서 근로자들은 휴가를 가장 애타게 기다린다. 정부 대표는 6주 근무후 2주, 한국전력 근로자들은 2개월 근무 후 2주휴식을 얻을 수 있도록 돼 있지만 4개 업체 합동시공단은 휴가 기준이 달라 아직 최종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조기 귀국 희망자들도 나오고 있다.

근로자들의 「유일한 소일거리」는 일과 후 숙소나 숙소앞에서 시원하게 맥주 한 모금을 들이키는 것. 간편한 차림으로 모여 애인과 가족의 편지를 보여주거나 가족자랑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기도 한다. 술자리에는 가끔 북한 안내원, 접대원들도 낀다. 술기운으로 가볍게 다투기도 하지만 아침이면 툭툭 털고 화해하는 정겨운 모습도 볼 수 있다.<금호지구(신포)=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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