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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과 경수로 착공/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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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풍’과 경수로 착공/이병규 정치부 차장(앞과 뒤)

입력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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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익제씨 월북으로 색깔논쟁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정국상황과 TV화면에 비친 금호지구(신포)에서의 경수로 착공식 장면은 묘한 대조를 이룬다. 서울의 정가에서는 오씨 월북을 계기로 친북활동인사에 대한 수사를 본격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금호지구에서는 경수로착공이 남북관계에 한 획을 그었다는 소감이 흘러 나온다.오씨는 『북에 두고온 아내와 딸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북한행을 결심했다』는 내용의 편지를 남기고 북으로 떠났지만 금호지구에서는 분단후 처음으로 남북우편물 교환이 이뤄졌다. 금호지구에 미리 들어가 있는 한국전력의 현지건설본부장이 본사에 보낸 편지 2통이 베이징(북경)을 거쳐 서울에 도착했다.

경수로 착공이 가져온 남북간의 새로운 기록은 많다. 금호지구에서 서울로 직통전화가 가능해졌고 착공식장면을 담은 TV화면이 위성뉴스송출장비(SNG)를 이용해 방송사상 처음으로 서울에서 곧바로 수신돼 안방에 전달됐다. 기자들이 노트북으로 작성한 기사도 언론사상 처음으로 직통전화 회선을 타고 언론사 데스크 탑으로 송고됐다.

2003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2004년쯤 끝날 경수로공사에는 연인원 1,000만명, 하루에 7,000명의 근로자가 동원된다. 그동안 금호지구를 드나들며 이뤄질 남북의 인원과 물자교류는 상상을 초월한다. 금호지구에서는 벌써부터 남북관계자들 간에 친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얘기가 들리고 있다.

하지만 「오풍」의 현주소는 이와는 전혀 딴판이다.

사실에 근거하기 보다는 당리당략에 입각한 색깔론공방이 기승을 부리고 출처도 확실치 않는 여러주장이 설의 형태로 난무한다. 여당은 야당의 취약점중 하나인 색깔문제를 최대한 부각시켜 침체상황을 벗어나고자 안간힘을 다하고 있고 야당은 야당대로 지금이 어느시대라고 구태의연한 공세를 하느냐고 맞받아치고 있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어느쪽이 사실인지 몰라 어리둥절 할 수 밖에 없다.

금호지구가 남북관계의 첨단시대를 구가 하고 있다면 「오풍」은 여전히 구석기시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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