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파가 떠나간 해변을 호젓이 즐긴다/경포대 남쪽으로 7㎞ 해안/안인진·정동진 등 곳곳 절경에 성어기 앞두고 어패류도 풍성광복절과 말복이 이어진 지난 주말 연휴를 고비로 여름휴가도 끝물이다. 강원도내 해수욕장들도 쓰레기 치우기와 여름내 내걸었던 현수막을 내리는 등 말끔하게 제 모습을 되찾고 있다.
지금, 동해안 나들이를 떠나면 각별한 맛이 기다린다. 피서인파가 빠져나가 인적이 드문 모래밭은 쓸쓸할 정도로 호젓하다. 아직 한낮 햇살은 따갑고 파란 바닷물은 어느 때보다 맑다. 1박2일쯤 주말나들이 삼아 떠나 맑고 상큼한 해안을 밟으며 시원한 파도에 발목을 적시다 보면 무덥고 답답했던 기억들이 말끔하게 씻겨 나간다. 가는 여름을 보내는 아쉬움 속에서도 활짝 열린 파란 하늘과 시원한 파도 소리에 마음을 비우고 새 기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아직 휴가를 갖지 못한 이들에게도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올해는 매년 8월15일을 전후해 나타나던 찬 조류도 아직 기미를 보이지 않고 수온이 한여름 그대로다. 긴 소매를 걸치고 물가를 걷는 맛도 지금이 가장 상쾌하고 9월 성어기를 앞두고 서서히 나타나는 어패류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길의 흐름이 회복되어 막힘이 없고 아침 저녁으로 불어오는 산들바람도 떠나는 마음을 한결 가볍게 거들어 준다.
굳이 낯선 곳을 택하지 않아도 된다. 토요일 오후에 떠나 경포대에 닿으면 편의시설이 다양해 예약없이 가도 불편하지 않다. 아침 해돋이를 보고 난 뒤 강릉 시가지를 거쳐 안인진과 정동진 십곡어항과 금진어항 등 새로 떠오르는 명소들을 둘러보고 옥계해수욕장에서 바닷물에 발을 한번 담그고 귀로에 오르는 일정을 권할만 하다.
강릉 시가지로부터 7㎞ 거리의 동쪽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지역은 강동 6진으로 이름높던 절경이다. 더욱이 안인진은 지난해 북한잠수함이 좌초한 곳으로 유명해져 이제는 동해안 나들이 길에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언덕 위에는 서울에서 정동에 세워졌다는 낙가사와 낙가사 약수가 있다. 다시 이어지는 해안의 정동진역은 드라마 「모래시계」의 촬영현장으로 유명해져 역구내에 서 있는 소나무 한그루에 「모래시계 소나무」라는 작은 비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젊은이들이 순례지처럼 찾는다.
6진 아래로는 예쁜 어항이 둘 있다. 연안은 맑은 조류가 빠르게 지나고 해조류가 풍성하다. 맛도 좋고 값도 싸 이곳에서 회를 먹으면 서울가는 기름값이 나온다고 할 정도다. 정동진에서 4㎞, 해안단애에 들어 있는 심곡어항은 가자미와 돌미역의 산지이고 밤재라는 작은 고개를 넘어 옥계해수욕장과 이어지는 금진어항은 연안 어족이 없는 게 없다.
◎가는 길
경포대와 강동 6진은 영동고속도로를 탄다. 강릉IC를 기점으로 경포대로 들어가 동해고속도로로 옮겨 8㎞지점의 모전 출입구에서 6진으로 들어가거나 옥계 톨게이트까지 간 다음 옥계 해수욕장에서 묵고 6진을 거슬러 오른다. 경포대에서 6진으로 내려가는 길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것이 빠르다.
◎먹을거리
먹거리는 다른 곳보다 풍성하다. 소사휴게소의 감자송편과 오미자차가 먹을 만하고 진부 출입구에서 잠시 내려 부일식당(0374―35―7232)에 들르면 유명한 산채된장백반이 있다. 경포대의 아침은 초당순두부촌의 할머니 순두부집(0391―44―2058)이나 시내의 옛날집(0391―646―8624)의 돌솥밥 한정식이 별미다. 심곡어항 집필횟집(0391―44―5522)의 가자미회와 우럭미역국, 금진항 어장횟집(0394―34―2267)의 다양한 횟감과 해삼무침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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