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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은행의 ‘미니스커트 지수’/이진희(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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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은행의 ‘미니스커트 지수’/이진희(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8.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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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에서는 올여름에도 미니스커트와 배꼽티가 거리를 휩쓸었다. 아슬아슬한 미니스커트는 러시아 여성들의 쭉 빠진 몸매를 제대로 보여주는 「최고의 의상」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미니스커트는 단순한 「눈요기감」에 머무르지 않는다. 미니스커트의 출몰을 사회·경제현상의 연구에 이용한 경우도 많았다. 치마 길이의 변화와 경기 사이클, 미니스커트의 유행과 대형사고 발생간의 상관관계 등을 다룬 선진국 사회경제학자들의 조사결과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미국의 톰슨 뱅크워치사는 올 3월 러시아 상업은행들의 신용도를 산출하면서 여행원의 치마길이를 평가 기준의 하나로 활용했다. 은행의 철문 두께와 칼라쉬니코프 기관단총을 든 경비원의 수 등을 기준으로 은행의 「범죄지수」를 산출하면서 여행원의 「미니스커트 지수」를 포함시킨 것이다.

이 평가는 물론 러시아 금융계의 특수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시장경제 도입과 함께 모습을 나타낸 러시아 상업은행은 92∼95년 루블화 폭락에 편승한 환투기로 떼돈을 벌어들였다. 그러나 95년 8월 일시적으로 은행간 금융시장이 붕괴하면서 많은 은행들이 줄줄이 쓰러졌다. 2,500여 상업은행 가운데 300여곳이 문을 닫는 금융위기속에서 마피아의 금융시장 장악은 두드러졌다.

러시아 금융계의 큰 손은 마피아이다. 마피아의 「검은 돈」을 취급하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은행이 수두룩하다고 한다. 마피아 의존도가 큰 은행일수록 문의 철판두께나 경비원, 여행원 몸매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범죄지수는 은행과 자금의 투명성을 살펴보는 데 요긴하게 쓰인다. 대기업의 연쇄 부도사태로 체질개선을 요구받고 있는 우리 은행을 평가하는 데 유익한 색다른 지수는 없을까. 오랜기간 관치금융에 익숙해 있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눈치지수」가 적합할 지 모른다.<모스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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