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꾀병부리며 등교거부하는 ‘이별 불안증’ 나타나/대화통해 안정유도한후 전문의와 상담 필요초등학교의 개학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 때쯤이면 학생과 학부모들은 과제물 정리와 개학준비물에 많은 신경을 쓰게 된다. 그러나 건강한 학교생활을 보내려면 가시적으로 보이는 과제물 뿐아니라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정신적, 심리적인 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
개학을 하면 학생들은 규칙적이고 긴장된 생활로 다시 돌아가야 하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생기기 쉽다. 바로 「준비하기 위한 불안」이다. 새로운 상황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학기초에 학교에 가지 않는 사례가 평소보다 늘어난다. 학교에 가지않는 유형은 크게 두가지. 하나는 가족이나 집에서 분리되는 게 너무나 두려운 「이별불안증」이다.
이런 아동은 학교에 갈 시간만 되면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울거나 배가 아프다는 등 육체적 고통을 호소하며 등교를 완강히 거부한다. 부모와 떨어지면 마치 자신이나 부모에게 뭔가 심각한 문제가 생길 것으로 여겨 집에 남아 있으려는 행동을 보이는 것이다. 이 때 「곧 좋아지겠지」하는 생각에 장시간 방치하는 경우가 있으나, 이는 매우 위험하다.
자녀가 이별불안증을 보이면 즉시 병원으로 데려가 전문의와 상담해야 한다.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나중에 불안증세가 치료되더라도 학습진도를 따라가지 못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불안이 심한 경우에는 우선 약물치료를 실시한 뒤 상담을 통해 불안 원인을 찾아 제거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이별불안증 학생이 전체의 4%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등교를 피하는 또 다른 유형은 부모에게는 학교에 간다고 나서지만 실제로는 학교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른 길로 빠지는 경우이다. 이 때는 학부모가 학생의 동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오히려 이별불안 때보다 더 어려운 처지에 몰릴 수도 있다. 이런 학생들은 마땅히 갈 만한 곳이 없어 폭력배와 어울리거나 본드 등 약물을 흡입함으로써 사회적인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학기가 바뀌면서 학교를 바꾼 경우에는 불안정도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학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유도하려면 우선 개학 전에 학부모가 자녀들과 새로운 생활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눌 필요가 있다. 이 때 학부모가 무조건 『걱정하지 말라』고 타이르기보다는 『모든 사람이 새로운 환경을 맞으면 걱정을 하게 된다』는 것을 인식시켜 마음의 안정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 마음의 안정을 찾으면 급우와의 교제나 선생님과의 관계, 다소 뒤쳐지는 과목의 공부방법 등 불안유발 요인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차분히 의논하도록 한다.
평소 학교적응에 어려움이 있던 자녀들은 부모가 좀더 적극적으로 교우관계에 신경을 써야 한다. 방과 후에는 친구들끼리 서로 집을 방문해 어울려 놀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는 게 좋다. 자녀의 교우관계 등 학교생활에 대해 담임선생님과 자주 전화통화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노경선 성균관대 의대 교수·강북삼성병원 정신과 과장>노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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