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실도 소수 대형재벌 편중우리 경제가 중량은 작아지고 부피만 커지는 「저밀도경제」로 치닫고 있다. 확장된 부피를 채우는 것은 물론 「거품」이다. 2·4분기 실질성장률 6.3%는 현재의 경기침체를 감안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한은의 당초 전망치(5.9%)를 0.4%포인트 넘어설 뿐 아니라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6.5%∼7%)에도 아주 근접해있다. 일부에선 경기가 마침내 바닥을 치고 올라섰다는 다소 성급한 분석까지 내놓고 있다.
하지만 2·4분기는 한보와 삼미몰락의 직접적 충격이 미쳤고 진로 대농 한신공영 등 3개 재벌이 침몰했으며 수많은 기업이 부도공포에 시달린 시기이다. 이런 때 6.3% 성장을 일궈냈다는 것은 의외가 아닐 수 없다.
성장의 견인력은 중화학공업의 생산호조와 수출회복에서 나왔다. 경공업생산의 4.8% 감소에도 불구, 중공업은 전기전자 자동차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11.2%의 높은 생산증가율을 기록했고 수출도 이들 제품의 국제가격이 다소 회복되면서 24%나 확대됐다.
하지만 반도체 자동차 유화 등 「성장공헌품목」들은 한결같이 초대형재벌의 전유물이다. 따라서 수출이 늘어도 과실은 매머드 재벌만 맛볼 수 있으며 현금흐름이 좋아지는 것 역시 이들뿐이다. 「5대 재벌 외엔 어음할인이 안된다」는 최근 금융시장 상황도 바로 이 때문이다.
6.3%의 성장이 소수 대형재벌에 의해 만들어지고 결실도 그들만 향유하는 이상 성장률이 다소 높아졌다해도 대다수 중견·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은 전혀 실감할 수 없다. 대기업 연쇄부도와 금융시장경색, 감원바람 등으로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는게 일반적 정서다. 성장률과 엇비슷하게 올라가야할 민간소비증가율이 4.8%에 머물고 있다는 것은 일반가계의 소비심리가 얼마나 얼어붙었는지를 입증한다. 지표경기가 체감경기를 반영하지 못한 채 거품에 의해 부풀려져 있는 것이다.
물건을 만들어도 팔리지가 않으니 재고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재고증가율은 통상 경기저점기에 6∼7%선이나 지금은 여전히 두자리수(6월10.7%)다. 재고를 줄여 거품을 빼지 않는 한 경기회복은 지연될 수 밖에 없다.
기아사태가 벌어진 3·4분기 성장률은 2·4분기보다 더 올라갈 전망이다. 그러나 이 역시 경제주체들이 향유할 알맹이(소득)는 커지지 않고 경제의 부피만 커지는 「저밀도」성장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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