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구일대 2만여평/내달 재개발추진따라일제강점기의 저항시인이자 3·1독립선언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인 만해 한용운 선생이 만년을 보낸 심우장이 헐릴 운명이다.
서울 성북구 성북2동 재개발추진위원회(가칭·위원장 최광식)는 19일 『심우장을 포함한 이 일대 220여세대 2만여평을 재개발키로 하고 내달중 구청에 지구지정 심의를 재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추진위는 당초 95년 2월 주민 80%이상의 동의를 얻어 재개발을 추진했으나 심우장과 성곽 등의 사적지가 이곳에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서울시로부터 보완지시를 받은 바 있다.
심우장은 만해가 55세되던 1933년 정면 4칸 측면 2칸 장방형 팔작기와집으로 건립해 해방 한해 전인 44년 6월 입적하기까지 기거하던 곳. 만해는 이곳에서 『식민지 조국의 현실이 감옥과 같다』며 한겨울에도 불을 지피지 않고 지내며 「북풍」 등 항일 소설을 지었다. 또 「만주벌판의 맹호」로 불렸던 독립투사 일송 김동삼 선생이 마포형무소에서 옥사(1937년)한 뒤 장례를 치른 곳이기도 하다.
심우장은 조선총독부(구 국립중앙박물관)를 마주보기 싫다는 만해의 고집으로 특이하게 북향으로 지어졌으나 65년 북쪽 1㎞지점 북한산 자락에 일본대사관저가 들어서면서 눈 둘 곳조차 잃어버렸다. 또 74년 서울시기념물 7호로 지정된 뒤 문화계와 불교계에서 「만해공원」만들기를 발의, 한때 공원화 계획이 검토되기도 했으나 결국 흐지부지됐다.
이 곳은 현재 외동딸인 한영숙(63)씨 내외가 거주하는 여염집으로 변한 상태이며 다만 서울시와 문인협회가 95년 광복 50주년을 맞아 세운 표석, 만해 영정과 유품 등을 모신 1평 남짓의 유품보존실만 남아있다.
성북구청 재개발과 관계자는 『주민들이 동의하고 서류가 완비되면 재개발을 막을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재개발추진위 최위원장은 『심우장과 유품전시실은 원형을 최대한 살려 아파트단지내 적절한 곳에 복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최윤필 기자>최윤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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