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작가 김소진 부인 함정임의 망부가『하루하루 목숨을 줄여가는 사람과 하루하루 자라나는 생명을 동시에 바라보며 껴안을 수 밖에 없는 처지가 바로 저입니다. 저에게 온 그 둘의 운명을 저는 저버릴 수 없습니다』
지난 4월말 암으로 서른다섯 나이에 세상을 떠난 소설가 고 김소진씨. 그와 함께 작가의 길을 걸었던 부인 함정임(33)씨가 김씨 사후 처음으로 소설을 발표했다. 계간 「문학동네」 가을호의 「젊은작가 특집」에 실린 「동행- 어둠 속의 대화」. 이 소설은 당초 김씨가 써야 할 것이었다. 이 난은 문단의 촉망받는 젊은 작가에 대한 작품론과 함께 작가의 자전소설을 싣는 자리이기 때문. 그러나 김씨는 없고 그 자리를 함씨가 대신 채운 것이다.
김씨가 투병할 당시 함씨는 뱃속에 둘째 아이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한달 이상 병원의 시멘트바닥에서 잠자며 간병하는 동안 함씨는남편보다 그 아이를 먼저 잃어버리고 만다. 소설 「동행…」에는 함씨가 김씨를 간병하면서 회상하는, 처음 만나 결혼하고 살아온 길지 않은 3년여 세월이 들어 있다. 눈물의 망부가이다.
기자였던 김씨가 미련없이 사표를 내던지고 「저주받은 자들의 구원인 글쓰기」를 희구했던 것, 예술의전당 영상자료원에서 만나 김씨가 했던 느닷없는 사랑의 고백, 신행에서 새 살림집으로 돌아와서 첫 밤을 보내는 날 원앙이 수놓인 금침을 펴는 함씨의 손을 부여잡고 『궁전에 온 것 같아요』라고 말하던 김씨의 철부지 같은 모습, 그리고 날마다 차오르는 복수를 2,000∼3,000㏄씩 뽑아내며 말라가는 김씨의 배를 자신의 손으로 쓰다듬어 주는 함씨의 간병…. 김씨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여행을 떠나면서 함씨에게 또릿또릿 한 자 한 자 힘주어 이렇게 말했다 한다.
『니가 해줘! 구상, 거의, 다, 했어…』 못다 쓴 글을 대신 써 달라는 부탁이었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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