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유일한 현실은 비현실”『내 다음 세대들은 이제, 그 멍청한 리버풀의 네 애송이들인 비틀스나 다 늙어 쪼글쪼글해진 레드 제플린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다』
적어도 소설가 백민석(26)씨의 세대는 그럴 것이다. 아마 90년대적 신세대 의식을 가장 잘 드러내주는 작가인 백씨가 화제의 연작 「믿거나말거나박물지」를 묶은 「16믿거나말거나박물지-음악인협동조합 1·2·3·4」(문학과지성사 발행)를 냈다. 제목의 숫자 16은 작품 16편을 묶은 것을 의미한다.
백씨의 작품은 정통적 소설의 형식이나 문법을 생각하고 읽으려 하다가는 낭패하기 십상이다. 줄거리 파악도 쉽지 않고, 특히 소설에 등장하는 현란한 대중문화상품의 기호를 모르고는 무슨 말인지도 이해가 안된다. 거기 드러나는 세계관은 더욱 그렇다. 『애를 뗄 때는 반드시 더치페이할 것』(「사랑의 고통」), 『생산의 속도가 너무 빨라, 의미의 속도를 추월하는 것이다. 인류는 인류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걸 먹어치우는 것이다』(「캘리포니아 나무개」), 『나는 누구에게나 묻는다/ 행복하냐고 너희들은 먹다남긴 샌드위치처럼 대답이 없다 그렇지/ 나는 꿈들에 수갑을 채워 방망이찜질을 하곤 유치장으로 끌고오곤 한다/ 매일처럼 나는 꿈들을 한두름 묶어 곤장을 치곤 처형실로 끌고가곤 한다/ 나는 이십년동안의 이진공이 두렵다 이곳엔 나조차 없다/ 씨발 좆도되는게 없어 나의 유일한 현실은 비현실이다』(「음악인협동조합2」)
그의 유일한 현실은 비현실―넘치는 「문화」에 침윤되어버린 젊은 세대(「빨간 마후라」를 청소년들만의 잘못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그들은 그들 삶의 「진공」이 두려운 것이고 백씨는 이들의 의식의 징후를 가장 잘 반영하는 90년대 작가로 꼽히는 것이다. 책 말미에 실린 복거일씨의 장문의 해설도 흥미롭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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