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취산업방향제 등 국내시장 규모 370억원/아로마 마케팅백화점에 빵집,빵냄새로 고객 유인/향기 인테리어가정·매장에 알맞은 향기 공급볼 수도 잡을 수도 없다. 어디든 거침이 없어 털끝만한 틈만 있어도 스며든다. 이 가공할 난적 악취를 잡는 일은 그래서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옥시연구소 정수경(26) 연구원. 『김치냄새의 주원인이 되는 메틸머케탄이나 생선냄새의 주범인 트리메틸아민 같은 대표적인 악취분자를 가지고 실험할 때면 웬만한 냄새에는 단련이 돼 있는 저희도 굉장히 괴로워요. 냄새가 몸에 배는 바람에 가족들까지 슬금슬금 피할 정도지요. 어쩌다가 악취분자가 옷에라도 묻는 날은 대중교통수단 이용을 아예 포기해야 해요』
냄새산업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는 악취를 흐리게 하거나 중화하는 탈취산업과 각종 향기로 소비자들의 구매를 자극하는 「아로마 마케팅」, 신체에 유익한 냄새자극을 주어 치료효과를 기대하는 「아로마 테라피」 등이 있다.
국내의 냄새산업은 아직까지 탈취산업 위주. 90년대 초반 냉장고 악취제거 제품이 출하되기 시작해 93년께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탈취제가 100억원, 방향제가 270억원의 시장을 옥시, 한국 존슨앤존슨, 대왕 등 몇개 업체가 분할점령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의 탈취산업은 방향제 등으로 억지로 악취를 중화시키는 제품이 주를 이루고 있는 걸음마 수준이다. 냄새분자를 아무런 냄새가 없는 물질로 분해해 악취를 근본적으로 제거하는 본격적인 소취제는 최근에야 나오기 시작했다. 탈취산업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에서는 아무런 향기가 없는 소취제까지 개발돼 소비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다.
한편 아로마 마케팅이나 향기 치료요법 등은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한국통신, 한국전산원 등에서는 레몬향, 감귤향, 페퍼민트 향을 도입해 직원들의 졸음방지와 스트레스 해소를 꾀하고 있다. LG유통은 직영 슈퍼마켓에 아로마 마케팅 기법을 도입해 상당한 매출신장효과를 얻고 있는 경우. 매장내에 빵집을 설치,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맞추어 신선한 빵굽는 냄새를 피워 구매를 유도한다. 맨먼저 시작한 자양점이 40% 정도의 매출신장을 기록할 정도로 반응이 좋아 서울 신정점, 충북 청주점 등으로 이를 확대해 가고 있다.
향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향기 전문 관리업체까지 나와 있다. 9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연 에코미스트 코리아를 비롯한 수개 업체가 성업중이다. 에코미스트 코리아는 100여 종류의 기능성 향기를 보유, 일반 가정에서부터 매장에 이르기까지 적합한 「향기 인테리어」를 해준다. 수험생이 있는 가정에는 휴식효과가 있는 향기를, 병원에는 심리적인 안정을 취할 수 있는 향기를 뿌려주는 식이다. 에코노미스트 코리아의 신승목씨는 『일반 가정은 월 2만원 정도의 비용으로 쾌적한 생활환경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국내 냄새산업의 미래는 밝다. 특유의 발효음식문화, 음식 쓰레기의 과다 배출 등 악취발생 요인이 많은 만큼 시장확대 가능성이 크다.<황동일 기자>황동일>
◎외국인이 맡은 서울냄새/쓰레기… 김치… 하수구… 최루탄…/“서울선 숨쉬기 힘들어요”
국제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는 서울의 냄새는 어떤 것일까? 이방인에게 낯선 냄새는 뭐니뭐니해도 고유의 음식 냄새다. 한국인에게는 「식욕 당기는」 냄새가 간혹 역겨운 냄새로 비치기도 한다.
태권도를 배우기 위해 한국에 2년째 체류중인 이스라엘인 레비 에티(22·여)씨에게 서울의 첫 냄새는 「마늘냄새」였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마늘냄새를 느꼈어요. 이스라엘에서는 마늘을 거의 먹지 않아서 그런지 매우 심하게 났죠. 요즘엔 고국에 다니러 가면 제 가방과 옷에서도 마늘냄새가 난다고들 해요』 처음 왔을 때에는, 이젠 잘 먹게 된 김치냄새가 쓰레기냄새처럼 느껴졌다고 한다. 에티씨가 아직도 참기 힘든 냄새는 오징어와 번데기 냄새. 길에서 건어물을 파는 노점상을 보면 일부러 피해갈 정도다.
우리와 식생활이 비슷한 일본인들에게는 음식냄새가 그리 역겹지는 않다. 어학연수차 서울에 5개월째 살고 있는 일본인 이마이 도모미(금정지미·27·여)씨는 쓰레기 냄새를 서울의 악취로 꼽았다. 『주택가에서 심한 쓰레기 악취가 나죠. 쓰레기가 길거리에 너무 오래 방치돼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6주째 서강대 영어교육연구소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재미교포 2세 김영란(28·여)씨는 『다른 도시에서는 「쉽게 맡기 힘든」 냄새를 길에서 쉽게 맡을 수 있는 곳이 서울』이라고 평했다. 『멀쩡한 길에서 하수구 냄새나 부엌 깊숙이에서나 날 만한 음식냄새가 풍겨오곤 하죠. 이해가 안 가요』
외국인들이 기억하는 또 한가지 특별한 냄새는 매캐한 최루탄 냄새. 서울 생활 8개월째인 수고하타 나오코(익전직자·27·여)씨는 대학 근처에 살고 있는 탓에 최루탄 냄새를 실컷 맡았다. 『시위 다음날까지도 최루탄 냄새가 지독하죠. 다른 곳에서는 맡아볼 수 없는 냄새지요』
한국에 온 지 8개월째인 미국인 데이비드 맥닐(30)씨는 아주 좋아하는 식성 덕분인지 된장찌개나 김치 등의 음식냄새가 역겹다고 느낀 적은 없다고 한다. 대신 자동차 매연 냄새가 대표적인 악취라고 말한다. 『자동차 매연 냄새와 기름 냄새 때문에 숨쉬기가 힘들 때도 있죠. 대도시는 다 그렇다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이렇게 심하지는 않았어요』<김경화 기자>김경화>
◎아로마 테라피스트 정미순씨/“냄새로 질병 치료합니다”/방향성 식물의 향유를 추출/흡입·희석목욕통해 치료 보조
「냄새로 질병을 치료한다」
라벤더, 페퍼민트, 레몬, 오렌지 등 우리에게 익숙한 향기로 각종 질병을 치료하는 자연치료요법 「아로마 테라피」. 국내에서는 아직 대중화하지 않았지만 서양에서는 전통적인 민간요법이자 의학적 보조요법으로 널리 애용되고 있다. 일본에만 해도 전문적인 치료사 양성기관이 설치돼 있다.
아로마 테라피는 방향성 식물에서 추출한 향유를 휘발시켜 흡입하거나(흡입법), 이를 희석한 물에 목욕하는(목욕법) 등으로 치료효과를 거두는 것을 겨냥한다. 『페퍼민트향은 뇌에 에너지를 공급해 활력을 주고 소화기 질환이나 멀미에도 효과가 있다. 라벤더 향은 진정효과가 있어 불안, 신경장애 등에 좋고, 목감기에는 유칼립투스향이 잘 듣는다』 이런 식으로 효능이 알려진 방향성 식물만도 수백가지에 이른다.
94년 국내 최초로 서울 압구정동에 「아로마 하우스」를 연 정미순(34) 원장. 『약물은 국소적 치료효과가 있지만 환부 이외의 기관에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하는 반면 아로마 테라피는 부작용이 전혀 없고 몸전체의 기능을 활성화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는 한방의 원리와도 일맥상통하죠』
그는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했지만 어릴 때부터 향수에 관심이 많아 일본유학길에 올라 조향 공부를 하다가 아로마 테라피를 접했다. 그에 따르면 아로마 테라피는 피부, 소화기, 호흡기, 내분비 질환 등에 두루 효과가 있다. 특히 스트레스성 근육통이나 류마티즘, 신경장애에 특히 커다란 치료효과를 발휘한다는 것.
그러나 아로마 테라피에 대한 과신이나 맹종은 위험하다는 충고도 덧붙였다. 『아로마 테라피는 직접적인 치료효과보다는 각종 질병의 악화를 막거나 예방하는 데 중점을 둔 일종의 보조요법입니다. 무슨 비밀스런 원리가 있는 게 아니라 꽃향기를 맡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당연한 현상을 좀 더 체계화한 것 뿐이죠』<황동일 기자>황동일>
◎사람의 몸에서도 ‘악취’/입냄새·겨드랑이 암내 등 청결유지 외 다른 방법 없어
「인간은 향기를 먹고 악취를 발생시키는 기관이다?」 입냄새, 겨드랑이 암내, 발고린내, 땀냄새…. 사람의 몸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냄새를 풍긴다.
몸냄새는 현대인들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준다. 냄새를 내는 사람이나 맡는 사람이나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몸냄새의 주발생원은 겨드랑이, 유두, 외음부 등의 아포크린선. 이곳의 분비물은 아무런 냄새도 없다. 그러나 여기에 포함된 지질에 각종 세균이 붙어 분해하면서 악취를 내는 저급한 지방산을 생성한다.
입냄새는 침의 분비가 활발하지 못해 입안의 박테리아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보다 복잡한 내과적 원인을 가진 경우도 있다.
의학적으로 몸냄새 자체는 질병이 아니다. 오히려 몸냄새는 신진대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보이는 증거일 수도 있다. 따라서 몸냄새를 완전히 없앨 수 있는 의학적 처방도 없다.
항상 몸을 깨끗이 하고 땀을 많이 흘리는 여름철에는 통풍을 잘해주는 정도가 고작이다. 하지만 겨드랑이 암내 등이 아주 심할 때는 아예 아포크린선을 절제해 내는 외과적 수술을 하기도 한다.<황동일 기자>황동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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