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도 M&A서 배제될 수 없어”/재벌 포함 은행주인찾기로 여신심사 강화할 때/경제 엄청난 파장 기아협력업체 부도 막아줘야/윤증현 실장부실 1차 책임 금융기관 자구노력없인 특융 곤란·국제신용하락은 막을 것/이한구 소장경쟁강화 위해선 정크본드시장 활성화 등 기업퇴출도 원활해야/좌승희 원장부실채권 최소 정부의지 국제신용위기 타개 도움·여신 출자전환도 한 방법/이재승 위원‘큰 것 안망한다’ 신화깨져 금융기관·부실기업지원 국민들 납득 전제되야잇따른 대기업들의 부도사태로 인한 금융권의 경영위기는 우리경제 전반의 신용위기상황으로까지 치닫고 있다. 특히 이같은 위기를 촉발시킨 기아그룹 문제의 해결방안을 놓고 기아그룹과 채권은행단 및 정부당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태는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한국일보사는 19일 하오 송현클럽에서 윤증현 재정경제원 금융정책실장, 이한구 대우경제연구소장, 좌승희 한국경제연구원장 등을 초청하여 이재승 본사논설위원의 사회로 긴급 좌담회를 열어 경제위기 및 기아해법을 찾아봤다.<편집자 주>편집자>
이위원=지금 우리 금융기관은 큰 위기에 빠져 있습니다. 일부 은행은 한은특융을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는 강력한 자구책을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신중한 입장인 것 같은데….
윤실장=금융권에 대한 정부지원에는 공통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룰이 있어야 한다는게 정부의 입장입니다. 부실의 1차적 책임은 금융기관에 있기 때문에 자구계획을 먼저 제출하라는 것입니다. 유동성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을 좌시할 수는 없지만 개별은행의 수지보전차원의 지원은 극히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이뤄질 것입니다. 그 경우도 과거처럼 특융을 남발해서는 안된다고 봅니다.
좌원장=금융권 지원은 특혜가 아니라 벌칙성이 부가된 것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경영을 잘못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 때문에 일반대출보다 단 0.1%포인트라도 높은 금리로 지원하고 그것이 안될 경우 특융을 고려하는 것이 순서이고 시장원리라고 생각합니다.
이소장=개별은행의 부실이 전체 금융권 부실을 유발한다든지 협력업체들이 집단적으로 곤경에 처하게 되는 경우에도 유동성만 생각해서는 문제를 그르칠수도 있습니다. 은행들은 비업무용 자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자산매각에 집착해서는 영업기반을 잠식할 수 있습니다.
은행의 자구계획은 인건비 및 불요불급한 경비절감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자산매각을 강조하면 금융권의 인수합병(M&A)을 유도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윤실장=금융기관의 자구계획에서는 국내 노동시장의 탄력성이 부족한 점이 상당한 장애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 점은 정치권에서도 해결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금융부문 M&A는 파장이 엄청날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도 M&A에서 배제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좌원장=정부가 성업공사를 통해 은행의 부실채권을 최소화하고 은행을 회생시키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보여준다면 국제적 신용위기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윤실장=국제신용도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외환보유고는 여유가 있습니다. 정부는 보유외환을 활용, 단계적으로 금융기관을 지원할 방침입니다. 정부와 중앙은행은 절대로 금융기관의 부도사태를 좌시하지 않을 것입니다. 필요하면 확실하고 구체적이며 강력한 의지를 표명할 계획입니다.
이소장=성업공사를 통한 문제해결방식은 고려해야 할 점이 많습니다. 현재와 같은 부동산시장 상황에서는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니라고 봅니다. 기금조성방법도 신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한은이나 은행에서 부담하거나 또는 채권을 발행하면 통화증발현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재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하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봅니다.
윤실장=부실채권을 적절히 평가해 직접 매입하든지 기금이 부동산을 근거로 채권을 발행, 은행에 지원하면 은행이 이를 유동화하는 등 여러 방법을 논의중입니다.
기금 조성은 재정에서도 지원을 하고 금융기관 안정에 책임을 지고 있는 중앙은행과, 부실의 직접적인 책임이 있는 해당 금융기관도 부담해야 합니다. 결국은 국민전체가 부담을 안고 갈 수 밖에 없습니다.
이위원=80년대 미국이나 95, 96년 일본의 금융권 부실화사태는 금융체계 자체의 재편과정이 아니라 경제의 거품이 빠지는 과정에서 일어난 것으로 봅니다. 우리는 자율금융으로 넘어가고 압축성장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실채권이 발생한 점이 차이입니다.
윤실장=은행권만 보더라도 회수의문, 추정손실, 담보가 있는 부분(고정여신)까지 합하면 부실여신은 15조원이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성업공사의 기금을 3조원 조성할 예정입니다.
3조원이면 명목상 5조원규모의 부실채권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성업공사에서 부실채권을 현금화, 다시 지원하는 과정이 1년반 정도 걸릴 것이므로 3회전 정도 지원이 이뤄지면 5년동안 15조원 규모의 부실여신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좌원장=부실기업에 대한 여신을 출자로 전환하는 방법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금을 직접 지원하지 않아도 소생이 가능한 경우는 여신을 주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성업공사의 지원여력을 늘릴수도 있을 것이다.
윤실장=앞으로 또다시 이런 부실이 쌓이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질 것입니다. 기업의 신규사업진출도 금융기관이 여신심사를 통해 견제해야 합니다.
이소장=금융기관의 심사기능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보다 주인의식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너무 돌봐주는 곳이 많다보니 주인의식이 없는 것이죠. 은행의 주인찾아주기는 이러한 시각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윤실장=은행사금고화는 감독기능의 강화를 통해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고 봅니다.
좌원장=사실상 재벌참여 없이는 은행주인찾기도 힘든 상황에서는 은행경쟁력 강화도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밖에 없다고 봅니다. 무조건 재벌에게는 안된다는 발상은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윤실장=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4%까지 허용하되 주식지분 순서대로 비상임이사를 뽑아 대주주도 주주권을 행사하도록 한 것은 은행 주인찾아주기의 전단계로 시행한 것입니다. 해보고 문제가 없으면 확대할 것입니다.
이위원=기아사태를 보면 정부는 「3자인수 추진의사가 없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전달했는데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협력업체들이 정부, 채권은행단과 기아 틈에 끼여 인질이 되고 있습니다.
윤실장=기본적으로는 사표나 노조의 자구동의서제출에 대한 채권금융단의 입장이 옳다고 봅니다. 기아측은 「3자인수 음모설」을 단결의 구심력으로 삼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는 명확한데도 기아측은 정치논리에만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소장=협력업체는 거래선을 잘못 잡았다는 잘못밖에 없습니다. 협력업체가 잘못되면 자동차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나아가 금융기관 부실은 물론 국제 신용도 추락까지 초래됩니다. 신용보증기금은 물론 현대 대우 지방자치단체 등 협력업체 거래처들의 보증능력을 동원, 부도를 막아줘야 할 것 같습니다.
윤실장=기아사태를 처리하는 방식이 우리나라 경제발전 산업사회발전의 큰 전환점이 될 것입니다. 집권당에서 중재하겠다고 나섰고 통상산업부 장관도 만났다는데 김회장은 만난 일 자체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모든 기업인이 부도덕하다고 치부되고 있는데 대해서는 전경련도 의사표시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좌원장=한보 때문에 재계전체가 큰 타격을 입었는데 경영권포기를 둘러싼 공방으로 인해 또다시 재계 이미지에 금이 갈까 걱정됩니다. 기아사태를 계기로 재계에서도 경영에 잘못이 있으면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고 봅니다.
금융권도 채권부실화 가능성이 있으면 과감하게 판단, 행동하고 더 이상의 특혜는 없다는 점을 기업측에 분명하게 전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정부, 채권단, 국민 모두 기업 자체에 대한 애정은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이소장=경쟁여건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진입뿐 아니라 퇴출을 원활히 하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경영이 어려운기업도 자금조달을 할 수 있도록 정크본드시장을 활성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것입니다.
이위원=이제 「투빅 투페일(Too Big To Fail, 큰 것은 망하지 않는다)」신화는 깨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금융기관이나 기업에 대한 지원에는 국민들의 납득이 전제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격한 실사를 하지 않고 무분별한 대출을 한 금융권이나 과당경쟁, 문어발 확장, 차입경영으로 부실을 자초한 기업들도 자성이 필요할 것이라고 봅니다. 바쁜 시간 가운데도 참석하셔서 좋은 의견을 내주신데 대해 감사드립니다.<정리=김준형 기자>정리=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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