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잇따른 개입도 무력화/추석 앞두고 점차 현실화/불안심리 제거 특단대책 시급자금시장이 총체적 난기류로 빠져들고 있다. 기아사태의 장기화와 금융기관 부실화로 확산된 불안심리속에 금리(원화자금시장)와 환율(외화자금시장)은 당국의 연쇄개입도 무력화시키면서 동반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딜러들은 현 상황을 『시장기능의 정지상태』로 보고 있으며 「추석의 자금보릿고개」를 앞두고 우려했던 「9월 대란설」도 점차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18일 외환시장에서 895원50전으로 개장된 원화의 대미달러환율은 장중 한때 달러당 899원까지 치솟았다. 외환당국은 현물·선물환 달러매도를 통해 환율진정(시장개입)에 나섰지만 앞뒤 잴 것 없는 금융기관들의 「사자」분위기를 저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환율상승은 ▲시중 달러물량이 최고 5억달러 가량 부족한 것으로 추정되는데다 ▲기아사태 이후 국제신인도가 추락한 금융기관들이 집중적인 달러확보에 나섰기 때문이다. 외화차입의 길이 사실상 차단된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은 달러가 시중에 나오는대로 사들이고 있으며 형편이 괜찮은 은행조차 닥칠지 모를 외환위기에 대비, 「달러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한 시중은행 딜러는 『달러를 팔겠다고 내놓는 기관은 없고 오로지 사겠다는 곳만 있다』며 『사자일변도의 장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외환시장에선 아직까지 한번도 밟아보지 못한 「1달러=900원」고지돌파가 임박했다는 관측까지 대두되고 있다. 특히 외환보유고(지난달말 현재 337억달러)가 여전히 적정선(370억달러)을 밑도는 상황에서 당국의 과도한 개입을 기대하기 어려운 점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금리도 환율 못지않게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금리지표인 회사채유통수익률은 이날 연 12.25%, 초단기자금사정을 나타내는 콜금리도 장중 한때 연 13.40%까지 치솟았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을 통해 지난주 1조8,000억원을 지원한데 이어 이날도 1조1,000억원을 공급, 일주일동안 무려 2조9,000억원을 시중에 긴급 방출했으나 금리는 전혀 내리지 않고 있다.
현재 은행권 자금사정은 지급준비금 적수규모가 남아돌 만큼 넉넉한 상태. 여기에 한은이 자금을 추가 살포하는데도 오히려 금리가 올라가는 것은 금융시장내 자금흐름의 왜곡때문이다. 부실여신증가 해외차입비상 예금이탈(이달중 6,000억원) 등 「3중고」를 겪고 있는 종금사들은 콜시장에서 집중적 자금차입에 나서고 있지만 은행들은 존립위기를 맞고 있는 종금사에 여유자금공급을 극도로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월말과 추석을 앞둔 「자금가수요」도 금리상승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한은당국자는 『금리상승은 자금부족이 아니라 시장에 만연한 불안심리 탓이며 따라서 자금공급만으로 이를 진정시키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시장기능이 마비된 금융시장을 정상화하려면 통상적 정책수단 아닌, 불안심리제거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는게 금융권 반응이다. 정부는 시장기능이 정지됐는데도 시장원리만 외칠 것이 아니라 기아사태의 조기매듭과 한은특융을 통한 금융기관 추가부실방지에 적극적으로 나서야한다는 지적이다.<이성철 기자>이성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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