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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트레일을 달려야 ‘진짜 지프’/루비콘트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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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비콘트레일을 달려야 ‘진짜 지프’/루비콘트레일

입력
1997.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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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타호호수 주변 지프전용 드라이브코스/난이도 10 최고난도… 평균시속 5㎞이하/쉼없이 달려드는 바위·숲·늪 오프로드 ‘극치’『모든 지프는 루비콘 트레일을 견뎌낼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4륜구동 레저용차의 대명사 지프를 생산하고 있는 크라이슬러사의 로버트 루츠 사장의 말이다. 루비콘 트레일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고원 휴양지 레이크 타호(인디언말로 「천상의 호수」라는 뜻) 서쪽에 자리잡은 지프 전용 드라이빙 코스. 루비콘을 경험해본 사람들은 『루비콘을 정복하지 않고서 오프로드(Off―Road)를 논하지 말라』는 말을 자랑스럽게 한다.

크라이슬러사는 자사의 지프 소유자들이 오프로드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미국 전역에 난이도 1∼10까지의 지프전용 코스 34곳을 만들어 놓았다. 해발 2,000m를 넘는 고원산악지대에 있는 총연장 35㎞의 루비콘 트레일은 이 가운데 유일하게 난이도 10인 최고난도 코스다. 인디언들이 물물교환을 위해 왕래하던 샛길을 따라 바위산 원시림 진흙구덩이 호수 늪지대의 극한 조건을 헤쳐나가며 평상시 경험해보지 못한 4륜구동의 파워와 숨은 재능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루비콘 트레일은 엘도라도 국립수목림 속에 자리잡은 눈이 시리도록 푸른 빙하호 룬 레이크에서 시작된다. 숲속을 따라 시원스레 뻗어있는 포장도로가 끝나고 호숫가를 따라 먼지를 마시며 덜컹거리는 비포장길을 달리길 10여분. 거대한 바위산이 눈앞을 가로막는다. 루비콘 트레일의 진짜 출발점인 이곳에는 헬리콥터가 쉴새없이 짐을 실어나르고 있다. 일반 차량이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트레일 중간 야영장의 소모품이나 음식 운반, 환자 수송 등은 모두 헬리콥터 몫이다. 크라이슬러사는 지프 「브롱코」보다 폭이 넓거나 도요타 픽업보다 차축이 긴 차량은 루비콘 트레일진입을 만류한다. 루비콘에는 차축이 짧고 폭이 넓지 않은 지프 「랭글러」가 최적격이라는 설명이다.

루비콘 트레일에서는 문짝을 떼내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양옆에 끝없이 솟아있는 바위와 나무는 여지없이 문짝을 찌그러뜨려놓기 때문이다. 앞유리창을 내려 본네트에 묶고 백미러도 안쪽으로 접어놓는다. 소프트탑 천장까지 뒤로 젖히고 기어를 1단에, 4W기어를 L로 고정시키면 진짜 오프로드를 맛볼 준비가 끝난다. 아무리 살펴도 길이 없건만 지프대열은 속속 바위산틈으로 사라진다. 흙먼지를 일으키며 비포장도로를 바람처럼 달리는 것이 오프로드 드라이빙이라고 생각했던 상식은 금방 깨지고 만다. 최저상태로 고정된 기어는 트레일이 끝날때까지 손댈 필요가 없고 평균속도는 시속 5㎞를 넘지 않는다. 운전이라기 보다는 고난도 곡예의 연속이라는게 옳다. 걸어 오르기도 벅차 보이는 45도 경사의 바위길을 거뜬히 올라채고 한쪽 바퀴가 허공에 매달리는가 하면 바위와 부딪치는 엄청난 충격을 끊임없이 받아가면서도 멈추지 않는 지프는 자동차라기보다는 탱크에 가깝다는 느낌을 준다. 랭글러4.0의 4,000㏄엔진은 지름 40㎝의 바위정도는 엑셀러레이터에 발을 댈 필요도 없이 쉽게 넘어가고 하루종일 1단기어로 운전해도 과열되지 않는다. 진흙구덩이에 처박히면 견인 후크를 나무에 걸어 빠져나오고, 날카로운 나뭇가지에 펑크난 타이어를 갈아끼우다보면 15여㎞ 남짓한 하루코스를 통과하는데 5시간이 넘게 걸린다. 속도는 걸음걸이나 마찬가지지만 육중한 지프를 몰고 산을 두세개씩 넘는 스릴은 실제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다. 해질녘이면 운전자의 온몸은 먼지투성이가 되고 안전벨트를 맨 어깨가 욱신거린다.

트레일 중간에는 루비콘 스프링 야영장이 있다. 이곳에는 취사시설과 간이 칵테일 바가 갖춰져 있을 뿐 아니라 헬리콥터로 실어온 피아노까지 있어 드라이버들의 흥을 돋군다. 매년 여름 이곳에서 열리는 「지퍼스 잼버리」 행사에는 무려 1,500명의 지프마니아들이 참가, 숲을 메운다. 그럼에도 트레일이나 야영장주변은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게 보존돼 있다.

다음날 제법 트레일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하며 길을 나서는 운전자들 앞에는 최대 난관인 캐딜락언덕이 기다리고 있다. 미끄러운 흙먼지와 자갈로 이뤄진 급경사 언덕이라 지프전용 타이어도 움켜쥐고 오르기가 벅차다. 여기에 시냇물마저 흐르는 최악의 조건과 1시간가량을 씨름하다보면 어느틈에 눈앞이 훤해지는 널찍한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마주보이는 루비콘 피크(해발 2,560m)는 한여름에도 사라지지 않은 흰 눈이 장관을 연출한다. 캐딜락언덕을 넘어 보존이 잘된 늪지와 호수의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다보면 루비콘 트레일은 끝난다. 만 하루만에 처음으로 2W기어를 넣고 5㎞정도 지속되는 비포장길을 시속 20∼30㎞정도로 달릴때 느끼는 짜릿한 속도감은 루비콘 트레일이 선사하는 마지막 즐거움이다.

◎루비콘 트레일 개척자 마크스미스가 권하는 오프로드 드라이빙 기술

루비콘 트레일의 개척자 마크 스미스씨는 칠십줄에 접어든 요즘도 자신의 지프를 몰고 루비콘을 즐긴다. 나이를 물으면 사람좋게 웃어넘기지만 루비콘 트레일의 역사와 지프 잼버리를 이야기할때면 아직도 청년처럼 목소리에 힘이 넘친다. 큰 비밀을 가르쳐준다며 살짝 드러낸 그의 엉덩이에는 「JEEP」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어 그의 인생에 지프가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말해준다.

『군복무중 지프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는 스미스씨는 1953년 몇몇 친구들과 더불어 인디언길이던 루비콘 트레일을 지프로 일주하는 「지프 잼버리」의 개념을 만들었다.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34곳의 지프 드라이빙 코스를 개발했고 현재는 지프 잼버리만을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지프 잼버리 USA」의 사장 겸 크라이슬러 고문직을 맡고 있다. 뉴욕탐험가협회 및 오프로드 명예의 전당 회원으로 79년 120일간 미국 전역 3만3,000㎞를 지프로 일주하는 등 숱한 모험기록을 갖고 있는 그는 오프로드를 즐기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사항을 유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차밖으로 튕겨져 나가지 않으려면 모든 탑승자는 안전벨트를 맬 것.

▲끊임없이 눈앞의 지형지물을 살필 것.

▲항상 저속을 유지하고 가속페달을 함부로 밟지 말 것.

▲갑작스런 핸들움직임으로 손가락이 부러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특히 파워핸들이 아닌 자동차를 운전할때는 엄지손가락을 핸들바깥으로 치켜들 것.

▲바위 등 장애물은 바퀴사이로 통과시키지 말고 반드시 타고 넘을 것.

▲수동변속기 차량은 클러치사용을 최대한 자제할 것. 멈추고 출발할때는 시동을 켰다 끄기를 반복하면 된다.

▲차가 전복되는 것을 막기 위해 언덕을 오를때는 비스듬히 각도를 그리며 오르지 말고 똑바로 오를 것. 비스듬한 상태로 언덕을 횡단하는 것도 위험하므로 피한다.

▲진흙탕이나 눈구덩이에 바퀴가 걸려 헛바퀴가 돌면 핸들을 좌우로 빠르게 움직여주면 전진이 가능하다.

▲쓰러진 나무를 넘을때는 정면으로 넘지 말고 비스듬히 넘을 것.

▲헤드라이트 이상이 잠기는 물속은 운행하지 말 것.

▲오프로드 운행시는 타이어 바람을 약간 빼놓을 것.<레이크타호(미 캘리포니아주)="김준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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