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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수로 착공에 거는 기대(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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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경수로 착공에 거는 기대(사설)

입력
1997.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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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하오 함경남도 신포시에서 열릴 대북 경수로건설부지 착공식은 대결과 반목으로 점철돼 온 반세기분단사에서 획기적인 대사건이라 아니할 수 없다. 여의도 3배에 달하는 260만평에 남북한 연인원 1,000만명, 1일 최대 7,000명의 인력이 동원돼 벌일 대역사는 분단이후 최대의 공존의 장이다. 이것이 또 다른 협력의 시작을 알리는 고고성이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우리가 대북경수로지원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기원하는 것은 그것이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해 현시점에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과, 비록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라는 이름을 빌린 것이지만 분단이후 처음으로 시도되는 남북협력 프로젝트라는데 있다. 주지하는바와 같이 그간 북한은 핵카드로 한반도의 안정을 위협해 온 것이 사실이다. 북한은 93년 3월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핵개발의혹이 있는 「의심스런」 몇곳의 특별사찰을 요구하자,「사회주의체제 옹호를 위한 자위」 운운하며 핵확산금지조약(NPT)체제의 탈퇴를 선언한바 있다.

이제 경수로사업의 착공에 즈음한 우리의 기대는 크다. 첫째 이 과정을 통해 북한의 핵투명성은 명명백백하게 확인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북한은 KEDO 합의이행 일정표에 따른 절차를 어김없이 이행해 나가야 한다. 북한은 아직도 이런저런 이유로 IAEA의 사찰을 회피하고 있다. 특히 핵무기개발 가능성을 지적한 황장엽 전 노동당비서의 증언이 아니더라도 북한은 더 이상 핵개발의혹에 대한 국제적 검증절차를 외면하려 해서는 안된다.

또 하나는 오늘 이 행사가 갖는 역사성이다. 물론 경수로사업은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나 헤쳐야 할 장애물이 많다. 지난해 잠수함사건으로 착공이 10개월이나 지연됐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앞으로도 어떤 난관이 공사를 가로막을지 모른다. 현단계로선 KEDO사업 이상의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다. 다만 첫 「공동사업」이라는 점에서 「기대」 또한 숨길 수 없는 현실이다.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남북한 당국은 물론 사업추진처인 KEDO도 이 사업이 갖는 역사성과 시대적 정신을 한시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또 이 사업이 한시도 지체할 수 없는 당위 때문에 KEDO와 관계국 사이에서 재원염출방안에 명백한 합의를 이루지 못한 점에 유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중심적」, 일본은 「의미있는」, 미국은 「상징적 수준」일 것이라는 게 떠도는 소문의 전부다. 물론 1차적인 이해관계자는 한국과 북한이다. 그러나 NPT체제는 범세계적인 조약체계이다. 일본은 지금이야말로 안보무임승차론을 잠재울 수 있는 호기라고 본다. 얼마 이상은 곤란하다는 얘기는 경제대국의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말이다.

60%정도를 부담, 한국형원자로 건설의 주역인 한국이 원자로의 핵심부품 등을 제공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항간의 소문처럼 우리가 돈만 대고 미국이나 일본의 핵심부품을 구입하는 「봉」이 되지 않도록 정부는 각별한 노력을 다해야 할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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