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만 북 아동 영양실조 아사위기/국민성금 르완다 돕기에 못미쳐/안보논리 주저땐 상처뿐인 ‘미래’95년 여름 홍수를 계기로 북한의 식량난은 국제사회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94년 1인당 국민소득이 970달러 정도로 추정되는 북한은 유엔이 분류한 1인당 국민소득 350달러 미만의 최빈국은 아니지만 홍수피해 이전인 90년대 초부터 북한의 경제는 이미 퇴조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6월 북한당국이 유엔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95년의 1인당 국민소득이 239달러라고 되어있다. 이는 북한이 유엔의 분담금을 낮게 배정받아 국제기구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기위해 의도적으로 축소한 것이라는 일간지의 보도도 있었지만 만약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북한 국민들은 하루 생계비가 1달러에도 못미치는 600원으로 연명하고 있는 셈이다. 절대적인 빈곤국으로 전락해버린 북한에서 가장 큰 고통을 겪는 계층은 어린이들이다.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캐롤 벨라미(Carol Bellamy) 유니세프 사무총장은 현재 8만명에 이르는 북한 어린이들이 아사 직전의 절박한 위험에 놓여있으며 이밖에 80만명의 어린이가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북한당국도 4월 134명의 어린이가 굶어 죽었다는 사실을 공식 발표한 바 있으며 증상이 심해서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가 약 7만8,000명임을 보고한 바 있다. 94년 1,000명당 31명이던 북한의 유아사망률이 96년에는 58명으로 높아진 가운데 북한 전역에서 퇴치된 것처럼 보였던 소아마비 환자가 다시 발생하고 있고 홍수 뒤끝에 만연하는 설사와 폐렴, 기관지염으로 인한 호흡기질환, 비타민 부족으로 인한 괴혈병과 시력상실 등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는 북한 어린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고 있다.
86년부터 북한에서 어린이 지원사업을 벌여온 유니세프는 대홍수 이후로는 국제사회로부터의 특별지원금으로 어린이들의 영양공급과 보건의료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들의 상태가 악화한 4월부터 유니세프는 병원과 고아원, 탁아소 등에 어린이 치료에 필요한 고에너지우유(High Energy Milk)와 영양실조 치료제 및 의료기구 등을 항공편으로 평양에 수송하였으며, 최근에는 보다 폭넓은 지원을 위하여 특별대표를 임명, 북한 유니세프를 사무소로 승격시켰다.
이와 같은 북한 구호활동이 활발하게 실시되려면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그러나 국내외적으로 북한돕기의 호응은 그리 활발치 못하다. 그동안 종교계를 비롯해 각 시민 단체에서 전개해오던 북한돕기운동은 여러가지 사회심리적인 요인 때문인지 무더위가 계속되는 휴가철로 접어들면서 뜸해진 느낌이다.
한국 유니세프는 지난해 20만달러를 송금한데 이어 올해는 50만달러를 목표로 4월부터 북한돕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나 일반의 호응은 94년 르완다 내전시 우리 국민이 보여줬던 관심과 모금액수에 상당히 뒤지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북한 지원에 대한 반응은 국제사회에서도 냉담하다. 95년 대홍수이래 유엔인도국을 비롯해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아동기금(UNICEF) 등 유엔기구들이 합동으로 3차에 걸쳐 벌인 국제사회에 대한 북한지원 호소는 모두 목표 액수에 미달하고 있다. 아마도 북한의 비공개성과 비투명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반응일 것이다.
남북한이 처한 정치적인 현안과 통일, 안보 등 피치 못할 우리의 현실은 민간의 자유로운 모금활동에 견제가 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모금 액수를 늘려줄 수 있는 중산 보수층이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러나 이 지구상에서 북한 구호에 가장 관심을 가지고 앞장설 수 있는 나라는 한핏줄, 한겨레인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어린이 성장 발달의 결정적 시기에 적절한 영양공급을 받지 못할 경우 그 후유증은 오래도록 지속될 수 밖에 없고 이는 통일 한국의 미래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를 떨칠 수가 없다. 영양실조와 질병으로 죽어가는 북한 어린이들의 어려운 상황을 구호하는데 무슨 조건과 이유가 있을 수 있겠는가. 모두가 북한의 긴박한 상황을 직시하고 우리 동포의 고통을 더는 일에 적극 나서야 할 때이다.<유니세프 한국위원회사무총장>유니세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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