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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기아 회장 속셈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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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홍 기아 회장 속셈 뭘까

입력
1997.08.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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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장관 회동 간접시인·사표제출약속은 선문답/“강제퇴진 어려울 것” 정치적 판단 등 복합작용한듯김선홍 기아그룹회장은 과연 임창렬 통상산업부장관을 만나지 않았을까. 만났다면 김회장은 이 자리에서 조건부사표 제출을 약속했을까. 사표제출을 약속했다면 김회장은 왜 이점을 완강하게 부인했을까.

최근 기아사태를 둘러싼 「3가지 미스테리」중 2가지는 어느 정도 사실여부에 대한 판단이 가능한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김회장과 임장관이 회동한 점과 김회장의 조건부사표 제출 약속은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임장관은 18일 거짓말파문이 확산되자 기자들과 만나 『일시와 장소까지 공개할 수 있으며 이 자리의 분위기는 진지하고 좋았다』고 말해 김회장과의 회동을 확인하고 사표약속 사실을 간접 시인했다.

김회장도 16일 중국자동차공장 준공식 참석차 출국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통해 『임장관과 만나 사표제출을 약속했느냐』는 질문이 쏟아지자 정확한 답변은 회피한 채 『양쪽에서 터널을 뚫을 때 각도가 다르면 터널이 서로 만나지 못한다』고 밝혔다. 만나기는 했지만 사표제출을 확약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와 채권단은 물론 기아그룹 내부에서 조차 이회창 신한국당대표가 지난 14일 기아자동차 소하리공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김회장측의 사표제출에 대한 동의가 있었고, 이를 전제로 이대표가 소하리공장을 찾았다는 것이 정설로 돼 있다. 김회장은 이에따라 이르면 15일중 사표제출과 관련한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회장은 왜 사표제출 약속을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을까. 외형적으로는 공멸을 우려한 임원진과 노조의 극한 반발에 밀려 생각을 바꿨다는 분석이 유력하다. 그러나 사내 반발을 계기로 현 시점에서 사표를 내는 쪽 보다는 시간을 끄는 것이 유리하다는 최종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기아그룹 고위관계자는 『기아그룹이 최악의 상황에 처해있는 현재보다는 자구노력이 궤도에 오른 시점에 사표를 내는 것이 자신에게 쏟아질 비난을 최소화하고 임원진을 비롯한 그룹내부에 미칠 악영향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안다』면서 『김회장은 특히 개인비리설 등을 무력화하기 위해서는 그룹이 어느정도 정상을 되찾은 후 사표를 내는 방안이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사표제출은 곧 사퇴」라는 노조와 임원진의 강력한 주장에 김회장이 동의하고 있는 점도 태도변화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김회장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강제퇴진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기아사태가 지역문제까지 안고 있다는 점도 감안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회장의 태도변화에는 자신과 그룹내부의 이해는 물론 정치적인 문제까지 얽혀 있어 그 실타래를 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김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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