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 출신 20년형 복역중/인니,국제적 석방압력 거부17일로 독립 52주년을 맞은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 티모르 분리독립 지도자 사나나 구스마오(50)를 석방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끝내 거부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날 1만6,000명의 복역수에게 독립기념 은전을 베풀었지만 이목이 집중된 구스마오에게는 고작 3개월 감형혜택을 내리는 데 그쳤다.
구스마오는 그러나 이날 자카르타의 치핀강 교도소에서 열린 기결수 축구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고 활짝 웃었다. 그는 기자들에게 노코멘트로 일관했지만 트로피를 치켜든 얼굴에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신학교를 졸업한 뒤 교편을 잡았던 구스마오는 76년 인도네시아가 동 티모르를 무력침공, 27번째 주로 합병하자 무기를 들고 정글로 뛰어들었다. 그는 79년 독립운동 조직을 통합한 「프레틸린」을 이끌며 동 티모르 「독립」의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다. 그는 91년 11월 200여명이 사망한 최대규모의 반정부투쟁을 주도한 뒤 이듬해 초 체포돼 정부 전복혐의로 20년형을 살고 있다.
정글에서도 즐겨 시를 짓는 등 부드러운 신학자의 면모를 지닌 구스마오는 그러나 독립문제에 대해서는 여전히 단호하다. 그는 최근의 옥중 인터뷰에서 『80만도 안되는 우리가 인도네시아 군과 싸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에게는 명분이 있으며 이는 총칼로 막을 수 없다』고 단언했다. 또 강제합병은 불법이기 때문에 유엔이 감시하는 국민투표만이 동 티모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구스마오의 주장은 현재 국제사회의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으며 특히 넬슨 만델라 남아공대통령은 그의 석방운동에 남다른 열정을 보이고 있다.
과거 식민지 종주국인 포르투갈 정부도 『3개월 감형조치로 국제사회를 우롱한 수하르토 정부는 명백한 독재정권』이라고 강도높게 비난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10월 유엔에서 동 티모르 문제를 정식으로 제기할 예정이다.<이종수 기자>이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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