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여성관(대선후보 스타일 연구:4)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여성관(대선후보 스타일 연구:4)

입력
1997.08.19 00:00
0 0

◎이회창 후보/법앞에 평등/교환원 정년 “차별” 판결/여성 만나면 “홍조 소년”신한국당 이회창 대표가 88년 대법원판사 시절 전원이 여성이었던 전화교환원의 정년규정이 「차별규정」이라며 퇴직한 교환원의 복직을 명령한 판결을 내린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한국전기통신공사 교환원이었던 김영희씨는 83년 43세 정년규정 때문에 직장을 떠나게 되자 교환원도 일반직처럼 55세까지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으나 서울지법은 이를 기각했고 서울고법의 항소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이대표는 대법원 상고심에서 『차별정년이 인정된다』며 원심을 파기, 환송한 것이다.

이대표는 물론 법적 소신에 따라 이같은 판결을 내린 것이겠지만 여기에는 그의 「남녀평등의식」도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이대표에게는 평소 여성에 관한 어떤 편견도 찾아볼 수 없다는 게 주변사람들의 한결같은 평이다. 그는 대법관 재임시 여성(이영애 판사) 연구관을 부하직원으로 둔 유일한 사람이기도 했다. 이대표 비서실의 홍일점인 이미경 보좌역은 『이대표는 여성을 철저한 인격체로 대해준다』면서 『비서실 막내인 나에게도 이대표는 꼬박꼬박 존대말을 쓴다』고 소개했다. 그는 30년이 넘게 함께 살아온 부인 한인옥씨에게도 「부부의 예의」를 깍듯이 지킨다.

이대표는 또 여성들 앞에서는 「부드러운 남자」가 된다. 『여성을 만나면 「찬바람」이 일던 그의 인상이 순식간에 풀어진다』고 하순봉 대표비서실장은 말했다. 한 측근은 『여성을 만난 이대표가 얼굴에 홍조를 띠며 소년과 같은 표정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면서 『이대표가 아직도 여성들에게 수줍음을 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지적했다.<유성식 기자>

◎김대중 후보/페미니스트/“같은 실력이면 여성 임명”/부인 문패도 나란히 걸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여성에게 약하다. 장유유서보다는 「레이디 퍼스트」를 앞세우는게 김총재의 스타일이다. 인사에서도 『같은 실력이면 여성을 임명한다』는 말을 하고 종종 이를 실천에 옮긴다.

일산자택에는 김총재와 부인 이희호 여사의 문패가 나란히 걸려 있다. 결혼직후 동교동시절부터 김총재가 스스로 결정한 일이다. 『둘 모두 집의 주인이기 때문』이라는게 김총재의 설명이다. 자택 2층에는 자신의 서재와 함께 이여사의 서재가 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이지만 개신교를 믿고 교회에 다니는 이여사를 말리지 않는다.

김총재는 최근 『우리집 장손은 지영이』라며 큰 손녀(21)에 대한 가장권 상속을 선언 하기도 했다.

오랫동안 철두철미한 남녀평등주의를 주창한 김총재는 「페미니스트의 원조격」이다. 김총재가 여성문제에 일찍이 눈을 뜬 이유에 대해서는 그가 사회개혁적 사고를 지녔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고 이여사의 영향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김총재의 측근들은 어머니 장수금 여사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아버지가 풍류가여서 장여사가 집안의 모든 책임을 도맡은 절대적 존재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여성앞에서 수줍어하고 내성적이 되는 일면도 있다. 김총재는 요즘 여성들에 대한 불만도 많다. 그는 평민당 시절인 89년 가족법개정을 주도했고, 국민회의 창당이후에도 여성당직자 20%이상 임명원칙을 지키려 애쓰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여성유권자가 김총재의 가장 취약한 표밭중 하나라는게 불만을 나타내는 이유중 하나이다.<유승우 기자>

◎김종필 후보/기사도 정신/생일 챙기는 감성적 배려/부부공유재산제 주장도

김종필 자민련총재가 여성을 대하는 데에는 나름의 원칙이 있다고 측근들은 입을 모은다. 『여성을 여성으로 대하되 결코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선 「여성은 여성으로 대한다」는 부분. 여기에는 「로맨티시스트 JP」의 면모가 배어있다. 김총재를 만나본 여성들은 대부분 『JP는 페미니스트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을 정도로 감성적으로 여성을 배려하고 위해준다』고 말한다. 김총재의 외동딸 예리씨의 말을 들어보자. 『아버지는 어머니(박영옥씨)와 결혼하신 이후 결혼기념일, 어머니 생일을 한 번도 잊어본 적이 없다.

기념일마다 애정이 담긴 편지와 함께 꼭 선물을 하신다. 어머니는 아버지가 보낸 모든 편지를 보관하고 계신다』고 말한다. 자민련 이화영 여성부장은 『김총재는 여성당원들과 행사를 할 때는 꼭 남성당원들보다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높게 행사를 준비하도록 지시한다』고 말한다.

다음은 「차별하지 않는다」는 원칙. 대표적인 예가 부부공유재산제 주장이다. 김총재는 최근 TV토론회에 나와 『내 재산이라고 알려진 것들중 대부분이 처 명의로 돼있다』고 밝혀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그러나 김총재가 정치적으로는 뚜렷한 여성문제 관련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지적이 많다. 자민련에 여성의원이 한명도 없는게 좋은 예이다.

다른 당들이 일찌감치 공약했던 공직여성할당제도 대선후보가 되면서 비로소 채택했다. 이에대해 김총재의 한 측근은 『김총재가 여성의 정치적 능력을 무시한 것이 아니라 현실이 이를 뒷받침 해주지 못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신효섭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