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소비자 눈·귀 묶어라/비슷한 구성에 모델 달리해 동시다발 방영재핑(Zapping)현상은 최근들어 광고인들이 가장 고민스러워하는 소비자 행동 가운데 하나다. 재핑은 광고를 피하기 위해 채널을 바꾸거나 TV를 잠시 끄는 시청행위다. 사람들은 이제 광고를 보지 않으려 한다. 방송 프로그램이 끝나고 광고가 시작되면 재빨리 리모컨을 눌러 다른 채널을 찾는다. 광고를 보더라도 재시청은 하지 않는다. 『아! 저 광고』하고 금세 알아차릴만 하면 역시 다른 곳으로 채널이 돌아간다. 같은 내용의 광고가 반복될수록 광고시청률은 떨어지고 그만큼 제품의 인지도는 내려가기 마련이다. 제작비와 광고료를 쏟아붓고도 그럴듯한 효과를 얻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광고업계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반복을 싫어하는 소비자들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매고 있다. 비슷한 줄거리에 모델만 다르게 써서 여러 편을 한꺼번에 내보내는 멀티스폿(Multispot)광고가 잇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하이트맥주는 이달 말부터 배우 명계남 박철 정선경이 등장하는 새 광고를 내보낼 계획이다. 이 광고는 「나를 시원하게 하는 맥주, 하이트」라는 한가지 주제로 배우 세 사람이 따로따로 주인공으로 등장해 세 편이 만들어졌다. 명계남은 손님이 달라고 해도 마지막 남은 맥주를 주지 않는 고집 센 식당 주방장으로, 박철은 부인의 끝없는 잔소리에도 하이트만 있으면 만족하는 남편역을, 정선경은 사우나 후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는 모습을 연출했다.
하이트맥주는 한달동안 한편씩 15초·20초 길이로 광고를 내보내 인지도를 높인 다음, 명계남―박철, 박철―정선경식으로 2편을 묶은 광고를 방송할 계획이다. 3편을 모두 묶은 멀티광고도 검토하고 있다.
크라운제과는 죠리퐁 새 광고에서 주제를 달리한 세 편의 광고를 동시에 선보이고 있다. 배우 문성근 김정은 유태호가 모델로 나오는 이 광고는 「웃기는 죠리퐁」 「슬픈 죠리퐁」 「무서운 죠리퐁」 등 세 편의 유머광고로 하오 6∼8시 청소년 대상 쇼·오락 프로그램 시간에 한편씩, 또는 두편이 조합되어 방송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누비라 왜건 스패건 광고는 이 자동차가 어디에서나 편안하고 뛰어난 성능을 가진 점을 돋보이게 하려고 차체에 도시와 야외의 모습이 비치는 두가지 광고를 만들어 함께 내보내고 있다.
이밖에도 최민수와 김혜수가 코믹연기를 펼치는 카스맥주 「눈물」과 「금메달」편 광고, 하이트맥주가 올해 초 배용준을 모델로 선보인 「잊을 건 깨끗이 잊자」와 「지울 건 깨끗이 지우자」편, 코리아나 화장품의 투웨이케이크 세레비오 엔시아의 「가벼운 투웨이」 「화사한 투웨이」 「잘먹는 투웨이」광고 등이 동시다발로 방영되고 있다.
똑같은 광고를 잇따라 두번 방영하는 경우도 최근 시도되고 있다. 선경제약의 소염진통패치제 트라스트와 롯데제과의 민트블루 광고는 반복을 통해 광고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계산으로 두번 잇따라 같은 광고를 내보낸다.
금강기획 전략6팀 김돈 부장은 『광고를 통해서 제품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물론 광고 자체를 즐기는 사람이 많아졌다』며 『광고회피 소비자를 줄이자는 목적으로 이같은 멀티스폿광고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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