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출연 컴퓨터 몰라 당황/“배워야겠다” 책과 씨름/전문가에 귀찮도록 전화/밤새워 통신·인터넷/이젠 홈페이지도 만들고 가족들에 사랑쪽지 띄우고 신문·앨범제작도 자신있다탤런트 강남길(39). 이목구비가 수려한 미남도 아니고 남성미가 넘쳐나는 터프가이도 아니다. 우리의 이웃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수수하고 텁텁한 사나이다. 그러나 번득이는 재치와 유머로 개그맨보다 더 웃겨 탤개맨(탤런트개그맨)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 강씨가 이제 컴퓨터전문가를 자칭하고 나섰다. 사이버인생을 선언한 「이 남자의 사는 법」을 들여다 보면 그럴만한 이유를 알게된다.
강씨는 집에서는 펜티엄급 데스크톱PC, 촬영장 등을 오갈 때는 노트북PC를 항시 휴대, 잠시도 컴퓨터에서 손을 떼지 않는다. 단순히 컴퓨터를 켜놓고 들여다보는 시위성 전문가가 아니다. 인터넷 개인홈페이지(www.savin.net/namkil/index.html)를 운영하며 손수 스캐너(사진입력기)로 가족사진을 입력해서 앨범을 만들고 매일 아침 부인과 자녀들에게 프린터로 사랑의 쪽지편지를 출력해서 보낼 만큼 골수 마니아가 됐다.
30년전 아역탤런트로 출발했기 때문에 지금도 그에게서는 청소년 이미지가 풍기지만 어느덧 귀밑머리에 희끗희끗한 서리가 내려앉았다.
중년의 탤런트 강남길씨가 불혹의 고개에서 컴퓨터에 몰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서히 펼쳐지고 있는 사이버세상에서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개척해 나가기 위해서이다.
강씨의 컴퓨터 세계입문은 지난해 10월 교육전문케이블 방송 DSN에 출연한 것이 계기가 됐다. 「컴퓨터로 여는 세상」의 PD에게서 초대손님으로 나와달라는 전화를 받고 고개를 갸우뚱했다. 『국제경찰이 나온다구요?』 컴퓨터프로그램에 웬 인터폴! 인터넷을 인터폴로 알아들은 것이다.
대본을 받아보니 제목이 「인터넷 홈페이지 만들기」였다. 생전 처음 인터넷 소리를 들어본 강씨에게 그날의 방송은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종잡을 수 없었고 대본에 있는 대로 앵무새처럼 옮기다보니 한심하게 느껴졌다.
외딸 나리(11)와 아들 경완(8)이도 강씨를 컴퓨터세상으로 뛰어들게 했다.
남매가 컴퓨터 게임을 하다가 『아빠, 이거 어떻게 하는거야?』라고 물으면 키보드의 여기 저기를 눌러보며 끙끙대다가 『자, 늦었으니 그만 자야지』하며 얼버무리기 일쑤였다.
아버지는 모르는 것이 없다고 믿어온 어린 남매가 자신을 보는 눈빛이 달라지는 것 같아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래서 컴퓨터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마침 DSN에서 컴퓨터전문가인 곽동수(34)씨와 함께 「컴퓨터로 여는 세상」프로를 공동진행해달라는 제의를 해왔다.
컴맹과 마니아를 진행자로 내세워 파격적인 조화를 노린 듯했다. 잘됐다고 쾌재를 불렀다. 돈을 벌어가며 컴퓨터를 기초부터 배울 수 있어 하늘이 준 기회라고 생각했다.
밤늦게까지 입문서를 펴들고 컴퓨터 앞에서 씨름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것은 곽씨에게 무조건 전화를 걸어 물었다. 한밤중이건 새벽이건 당장 궁금한 문제를 풀기 위해 실례를 무릅쓰고 곽씨를 귀찮게 했다.
졸지에 컴퓨터개인교사가 된 곽씨는 『저러다가 집에서 쫓겨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고 말했다. 아닌게 아니라 부인 홍영희(36)씨의 눈총을 받게 됐다. 누구나 한 번쯤 겪게 되는 컴퓨터중독증세였다.
PC통신, 인터넷 등에 흠뻑 빠져 밤새우는 날이 많아졌다. 자연히 가족과의 대화시간이 줄어들어 벽까지 생겼다. 그러나 몇달 후 정신을 차렸다. 가장의 체면도 살리고 컴퓨터도 열심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했다. 컴퓨터를 가족의 화목을 다져주는 도구로 활용키로 한 것이다.
강씨는 밤새워 한글과 글맵시소프트웨어로 만든 쪽지편지를 프린터로 예쁘게 뽑아 아침에 부인과 아이들의 머리맡에 놓는다. 부인에게 전하는 쪽지말미에는 사랑의 메시지를, 남매에게는 파이팅을 힘차게 외쳐주었다.
이제는 아이들도 컴퓨터를 이용해 각종 문양으로 한껏 멋을 부린 쪽지편지를 아빠에게 보내올 정도가 됐다.
그의 책상서랍 한켠에는 딸이 보낸 사랑의 쪽지편지가 수북히 쌓이고 있다.
강씨는 지금까지 갈고닦은 컴퓨터실력을 인터넷을 통해 뽐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설한 개인 홈페이지에는 스캐너로 손수 입력한 가족사진과 방송후일담, 좋아하는 바둑과 영화이야기, 케이블TV에 대한 칼럼 등이 실려있다.
앞으로 디지털카메라와 CD롬을 이용해 본격적인 가족앨범을 만들고 식구들과 함께 꾸미는 격주간 인터넷 가족신문도 창간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사이버세계에 대한 관심이 사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오는 10월 중국 다롄(대련)시의 코리아나진산호텔이 개장하면 다롄상무유한공사의 비즈니스정보, 중국의 문화, 풍습 등을 PC통신과 인터넷을 통해 소개할 예정이다. 이 호텔은 강씨가 중국정부와 함께 투자해서 증개축한 것이다.
요즘 그는 빛나는 조연으로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만큼 바쁘다. SBS의 일일시트콤 「미스미스터」, MBC드라마 「간이역」 등 고정물과 특집드라마 「달수시리즈」와 미니시리즈를 준비중이다.
바쁜 와중에도 두가지 일만은 올해안에 반드시 해내려고 노력한다. 하나는 독신남성 및 부인에게 사랑받고자 하는 남편들을 위해 요리책을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나이든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컴퓨터입문서 출간이다. 「탤개맨」 강남길은 21세기 사이버세상을 위해 오늘도 컴퓨터를 두드리며 열심히 뛴다.
◎컴퓨터공략 10계명
얼마 전까지도 컴맹이었던 강남길이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초보자들에게 제시하는 컴퓨터공략 10계명은 다음과 같다.
①무조건 컴퓨터를 구입한다
컴퓨터는 자동차가 아니다. 면허증이 없어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배우고 나서 사려고 하지말고 일단 구입부터 해놓고 나면 저절로 배우게 된다.
②졸아도 컴퓨터 앞에서 존다
틈나는대로 PC앞에 앉는다. 머리를 빗거나 이를 쑤실 때도 거울대신 모니터를 이용한다. PC와 친해져야 하기 때문이다.
③컴퓨터도우미를 확보하라
언제 어느때고 내가 아쉬울 때 속시원히 해답을 줄 수 있는 컴퓨터도사를 한사람쯤 친해두어야 한다.
④재미있는 것부터 배워라
수다떨기 좋아하면 PC통신을 이용해서 채팅부터 시작하고 전자오락 애호가면 게임부터 배운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시작해야 흥미를 잃지 않는다.
⑤컴퓨터속에 나만의 아지트를 만들자
일기, 메모는 물론 마누라 몰래 숨겨놓은 비자금 관리내용 등을 혼자 살펴볼 수 있는 나만의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⑥컴퓨터는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
자판을 함부로 눌렀다가 폭발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가만히 앉아 있는 분들이 있다. 컴퓨터는 절대 폭발하지 않는다. 자판을 눌러봐야 기능을 빨리 배운다.
⑦주변에 컴퓨터친구를 많이 사귀자
컴퓨터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있어야 관심사를 얘기하며 새로운 것들을 배울 수 있다.
⑧인터넷은 국제경찰이 아니다
인터넷을 무서워하지 말라. 나같은 사람은 처음에 인터넷이 인터폴인줄 알았다. 모를수록 인터넷을 뒤지고 다녀야 즐거운 구경을 공짜로 많이 할 수 있다.
⑨PC통신속에 숨어있는 사이버스페이스를 찾자
채팅, 동호회, 게시판, 게임 등 PC통신속의 사이버스페이스는 무궁무진하다. 그 재미를 모르고 산다면 평생 후회할 것이다.
⑩주위의 도구를 적극 활용하자
컴퓨터는 학원을 가지 않고 우리 주위의 신문 방송 잡지 책 등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 주변의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자.<최연진 기자 wolfpack@nuri.net>최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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