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 모르는 애들에게 음식의 소중함 일깨워준 꾸중보다 실감나는 우화부처님은 사람들이 착하고 바르게 살도록 하기 위해 어려운 말씀으로만 가르친 것이 아니라 우화를 통해서 깨우침을 주셨는데 이것은 아이들에게 많은 교훈을 줄 수 있다. 「어린이 팔만대장경」(현암사)을 쓴 신현득은 3년간 팔만대장경을 읽고 난 후 부처님은 세계 최고의 이야기꾼임을 알게 됐다고 한다. 팔만대장경 중 동화로만 엮어진 경전 「본생경」은 세계 최초의 동화집이기도 하다. 기원전 4세기에 쓰여진 이 이야기가 서양으로 전해져 이솝이야기의 일부를 이루었고 아라비안나이트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어린이 팔만대장경」은 「본생경」에서 뽑은 이야기들로 구성되어있다.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이야기는 첫째권에 실린 「채워지지 않는 바리때」이다. 주인공인 티사는 전생에 스님이었는데 욕심으로 가득한 엉터리스님이었다. 어느날 이 절에 인품이 훌륭한 나그네 스님이 묵게 된다. 나그네 스님이 절에 오래 머무르면 신도들이 자기보다 나그네 스님을 따를까봐 염려한 티사는 신도들이 그 스님께 공양한 죽을 버리게 된다. 이 나그네 스님은 신통력을 지닌 아라한으로 이때문에 티사에게 벌을 내린다. 결국 티사는 오백년은 아귀로 있으면서 배를 채우지 못했고 다시 개로 태어나 오백년은 더러운 것을 먹고 살게 된다. 그래도 음식 버린 죄가 덜어지지 않았던 그는 그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기는 하지만 그의 바리에는 음식이 담기기만 하면 저절로 줄어버리는 형벌을 받게 된다. 겨우 목숨이나 이을 정도의 음식밖에는 먹을 수 없어 평생토록 배고픔을 면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다. 아프리카에서 수만명의 어린이가 굶주려 죽어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우리의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요즘처럼 먹을 것이 풍부한 때에 「음식을 남기지 마라, 음식 남기면 벌받는다」는 이야기를 해봤자 아이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우리 아이와 이 책을 같이 읽으면서 백마디 말보다 훨씬 실감나게 음식의 소중함을 깨닫게 할 수 있었다.<이은애 소아과 전문의>이은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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