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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의 용기/신재민(특파원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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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O의 용기/신재민(특파원 리포트)

입력
1997.08.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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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전인 지난 85년 10월 이집트의 사이드항을 출발한 유람선 아킬레스 라우로호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의 테러리스트들에 의해 납치됐다. 413명의 승객과 승무원을 상대로 인질극을 벌였던 이들은 이틀뒤 이집트당국에 투항했으나 이 과정에서 미국인 한명을 살해했다. 이들은 휠체어에 탄 레온 클링고퍼씨를 총으로 쏘아 바다에 빠뜨렸고 클링고퍼씨는 일주일뒤 레바논의 한 해변에 싸늘한 시체로 떠올랐다.사건직후 클링고퍼씨의 가족과 유람선 여행을 주관한 미국 여행사측은 PLO를 상대로 19억 달러를 배상하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때부터 지루한 공방전이 시작됐다. 우선 PLO측은 『납치사건을 벌인 테러리스트들은 한때 PLO에 속했다가 이탈한 집단 사람들』이라며 이 사건과는 무관함을 주장했다. 더구나 미국은 PLO와 정식 외교관계가 없었고 또 뉴욕의 유엔주재 PLO대표부도 미국법정에 출두할 의무가 없으므로 이 사건은 시간만 끌어왔다. 그러던중 13일 원고와 피고는 뉴욕법원에 재판전 화해각서를 제출했다. 양측은 모두 『만족할만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만 말할뿐 피해보상 액수 및 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은 일절 밝히지 않았다.

이 사건은 PLO가 게릴라단체에서 어엿한 국가로 바뀌어가는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줬다. 비록 비공식적이라고는 하지만 PLO는 스스로 테러의 피해자들과 화해함으로써 과거의 잘못을 청산하는 변신의 과정에 들어간 것이다. 투쟁일변도의 게릴라단체였던 시절과는 달리 국제사회로부터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기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지 몰라도 용기있는 선택이었다고 할수 있다.

어쩌면 지금 식량난에 허덕이는 북한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몇만톤의 식량이 아니라 이같은 용기일 것이다. 자신을 테러국가로 지목하고 있는 국제사회를 원망하기 전에 스스로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인정받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얼마나 좋을까.<워싱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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