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정확·절제/“말이 곧 인격” 반말 안써/“특유저음 차가운 느낌도이회창 신한국당대표는 대체로 정확한 어법을 구사한다. 말수가 적은 반면 얼버무리는 법이 별로 없다.
절제되고 정제된 언어를 사용하는 그의 습관은 평생을 법관으로 지낸 직업적 특성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그의 성격 때문이기도 하다.
이대표는 아랫사람들에게도 반말을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경어를 사용한다. 부인 한인옥씨에게도 완전 반말을 하지 않는다. 말이 곧 인격이라는 그의 평소 지론 때문이다.
부작용도 있다. 외면상으로 차갑고 깐깐하다는 인상을 주는데 말수까지 적으니 쉽게 가까워지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게 된다.
정치는 논리보다는 느낌인데, 이 점에서 그는 손해보는 일이 적지않다. 게다가 그는 간혹 대화를 나누다가 표정이 굳어지는 버릇이 있다. 이 때문에 상대방이 불편해 하기도 하고 오해를 하기도 한다. 그의 측근들이 여러 차례 조언했으나 오랫동안 굳어진 습관이라서 잘 고쳐지지 않는다고 한다.
같은 말이라도 그가 하면 더 크고 강하게 들리는, 화법상 특질은 강점과 단점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이는 강인한 이미지와 특유의 저음에도 적잖은 이유가 있다. 「더러운 정쟁」 「패거리 정치」 등이 강점이 발휘된 대표적인 예다. 이대표 자신이 직접 골라서 썼던 이 단어들은 간단찮은 정치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그에게 정치적 플러스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친근감을 표현하려다 오히려 오해를 사는 경우도 있다. 말 실수가 거의 없는 이대표지만 간혹 사석에서 한 농담이 단어만 남고 속뜻은 사라져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농담이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던 까닭이다.<홍희곤 기자>홍희곤>
◎김대중 후보/논리·유머/자타공인 대중연설 달인/TV맞게 ‘짧게’ 변화노력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의 말솜씨와 연설능력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대중연설에서는 아직 김총재를 능가할 정치인이 없다는게 정설이다. 그의 탁월한 연설감각은 학창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목포상고 시절, 일본인 교사가 『어느 선량보다도 뛰어나다』고 말할 정도였다.
김총재의 연설은 포효하는 듯한 웅변과 막힘없는 논리전개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김총재의 언변을 곰곰 뜯어 보면 그의 화법에서 오히려 「대중적」이지 못한 부분이 발견되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김총재는 자신도 통제하지 못할 정도로 지나치게 완벽한 논리전개에 집착한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을 때까지 논리적 완벽성을 추구하다 보니 연설은 자연히 장황해진다. 또 긴 설명뒤에 결론이 따라붙는 귀납적인 흐름을 탈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김총재의 연설이 대중을 움직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국민회의 관계자들은 이구동성으로 김총재의 타고난 유머감각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가장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머를 구사한다는 것. 박지원 특보는 『부인과 얘기할 때도 꼭 한번은 웃게 만든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다 박선숙 부대변인은 『어려운 내용도 서민적인 어투로 전달하고 정확하게 숫자를 인용, 신뢰감을 주는 것도 김총재 연설의 맛』이라고 말한다.
김총재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미디어정치 시대가 도래하자 주변으로부터 끊임없는 주문을 받고 있다. TV토론에 적합하도록 말을 짧게 끊고 결론부터 앞세우는 스타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그중 하나이다. 김총재는 미디어시대를 맞아 말솜씨를 다시 한번 과시할 기회를 가졌다.<고태성 기자>고태성>
◎김종필 후보/은유·함축/고사성어·경구로 유행어/때론 고루한 인상 주기도
김종필 자민련총재는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는 직설적인 표현을 쓰지않는다. 같은 말이라도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표현을 좋아한다. 남을 비난할 때 단순히 「나쁘다」기 보다는 「고약하다」 「그러면 욕먹는다」는 식이다.
자민련의 오효진 미디어대책단장은 김총재의 이같은 어투를 대표적인 「충청도 양반화법」이라고 말한다. 희노애락에 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기 보다는 한 템포 늦게, 은근하게 표현한다는 의미이다.
김총재 화법의 또다른 특징은 동서양을 넘나드는 고사성어와 경구, 역사적 일화, 한문구, 일본식 용어 등을 자주 인용한다는 점이다.
80년 신군부가 들어섰을 때 했던 「춘래불사춘」이란 말이나 올해 신년화두로 내놓은 「줄탁동기」란 휘호에는 나름대로 감칠맛이 있다. 내각제를 얘기할 때는 「미국의 대통령제가 미국 국경을 넘는 순간 죽음의 키스를 맞는다」는 칼 뢰벤스타인의 경구나 「마지막 남은 몇마일을 가야한다」는 프로스트의 시 등을 잘 인용한다.
여기에는 무엇보다 수많은 독서량과 폭넓은 지식과 교양, 오랜 경륜과 경험이 밑거름이 되고 있다.
그래서 김총재의 화법은 논리와 형식이 요구되는 딱딱한 토론회보다는 노변정담스타일에 더 걸맞다. 자민련이 각 방송사들의 토크쇼 등과 같은 교양프로그램에 기대를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총재는 고령층에나 익숙한 일본식용어, 고전인용, 사투리 등을 가끔 구사함으로써 고루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김총재는 TV토론회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올 대선을 앞두고 이같은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홍윤오 기자>홍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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