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대부터 시기별 흐름·작가 등 탐구한국순정만화궁전은 우리 순정만화의 모든 것을 조명하고 있다. 가로 8m, 세로 20m짜리 전시관에 세로축으로는 순정만화의 흐름을 시기별로 전시하고, 가로축에는 작가 탐구를 시도했다.
주제는 「소녀들의 감수성에서 인간을 향한 넉넉함으로」. 50년대 작품을 전시한 입구에 들어서면 40, 50대들의 기억에 아직도 생생한 권영섭의 「울밑에 선 봉선이」 「오손이 도손이」 등이 눈에 띈다. 한국전쟁 직후 어렵고 혼란한 시대에 착한 소녀가 고생끝에 행복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이후 엄희자의 「마음의 진주」, 민애니의 「사랑과 은혜」 등 여성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던 60, 70년대가 열린다. 두 작가의 인기는 대단했다. 이들의 인기가 너무 좋아 다른 작가들의 작품이 나가지 않는다는 「희한한」 이유로 창작 권수를 제한했을 정도였다.
이어 「순정」이란 단어로 정의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변화와 발전을 보이는 80년대 작품들. 이 시기를 풍미한 일본 작가들의 「캔디 캔디」 「베르사이유의 장미」 「올훼스의 창」이 관람객을 맞는다. 초기 순정만화와는 달리 개성이 강한 주체적인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전시공간 막바지에는 신일숙의 「아르미안의 네딸들」, 황미나의 「굳바이 미스터 블랙」 등 순정만화 전문잡지 시대라고 할 수 있는 90년대 작품들이 다가온다.
전쟁과 인간, 우주와 신 등 주제가 「순정」의 범위를 넘어선다.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 가족취향 만화」인 순정만화가 이제는 「냉정한 서사와 인간 본질에 대한 탐구」로 폭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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