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기아사태로 사상최악의 경영위기에 몰린 제일은행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여온 정부의 해법이 「적극 개입」으로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강경식 부총리 겸 재정경제원장관, 이경식 한국은행총재, 김인호 청와대경제수석비서관 등은 16일 조찬회동을 갖고 제일은행에 대해 그동안 검토해 온 「한은 특별융자」 등 직접적인 지원대책과 함께 11월말 발족예정인 성업공사의 부실채권정리기금을 통한 간접지원도 병행키로 했다.
이들은 또 제일은행 이외의 부실 금융기관에 대해서도 자체 정상화가 가능하도록 영업유지에 필요한 최소한의 지원책을 강구하는 한편 이들 금융기관의 신인도 유지를 위한 각종 지원책을 마련키로 했다.
현정부의 금융정책 입안·집행과정의 「3각 사령탑」이라고 할 수 있는 「강부총리―이총재―김수석」 등 3인의 이날 합의는 「시장원리에 따른 불간섭」이라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 제일은행의 몰락을 방치할 경우 자칫 한국 금융시스템의 붕괴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의식에 따른 것이다.
이같은 위기감은 3자 합의의 특징이 새로운 내용보다는 실천의지에 집중돼 있다는 점에서 두드러진다. 실제로 3자 회동 끝에 정부가 「간접지원 대책」으로 밝힌 성업공사를 통한 부실채권매입방법은 이미 한보사태직후 정부가 내놓았던 「부실채권 해소방안」을 손질한 것에 불과하다.
정부는 한보사태직후인 지난 3월 ▲한은 융자 ▲재정 지원 ▲금융기관 출연 ▲자체채권발행 등의 방법으로 11월 성업공사에 특별기금을 조성한다고 밝혔는데, 이번에 발표된 지원대책은 특별기금중 한은융자로 조달되는 규모를 1조5천억원에서 2조∼3조원으로 늘린다는 것이 핵심이다.
윤증현 재경원금융정책실장은 이날 『기금재원의 규모를 당초 예정했던 1조5천억원에서 2조∼3조원으로 확대할 방침』이라며 『우선적으로 형편이 가장 어려운 제일은행의 부실채권을 집중적으로 매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부실채권정리기금이 11월이후 발족하고 현재 제일은행에 대한 정부지원은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아직까지도 제일은행에 대한 가장 확실한 지원방법은 「한은 특융」일 수 밖에 없다.
윤실장은 제일은행에 대한 한은 특융과 관련, 『특융은 저금리를 이용한 직접적인 지원방식으로 결국 국민모두의 부담으로 돌아가게돼 신중히 검토할 문제』라면서도 『제일은행이 이번주내로 제출할 경영정상화계획서의 강도가 높으면 그만큼 가능성도 커질 것』이라고 긍정적인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조철환 기자>조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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