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건설비 헛돈 아닌 투자(북 경수로 내일 역사적 착공: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건설비 헛돈 아닌 투자(북 경수로 내일 역사적 착공:Ⅰ)

입력
1997.08.18 00:00
0 0

◎경수로 손익계산서/30억불이상 부담불구 반사이익 막대/건설·통신·의료교류 등 남북 최대경협대북 경수로 사업은 우리나라에 어떤 이득을 줄 것인가. 통일무드 조성측면에서만 보면 분명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임에 틀림없지만 경제적으로는 어떨지에 관심이 높다.

대북경수로 사업에는 부대설비와 인프라 건설에 드는 비용을 빼도 50억달러(4조5,000억원)가량 투입될 전망이다. 이중 우리나라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적어도 30억∼35억달러. 가뜩이나 어려워 세수마저 펑크내고 있는 우리 정부입장에서는 적지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과연 이같은 투자가 「생돈」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순전히 경제적인 면으로만 좁혀도 경수로사업 건설비용은 결코 생돈은 아니다.

일단 남한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의 집행이사국으로서 또는 경수로 건설의 주계약자로서 최소한 투자액 만큼의 「수주량」은 채울 수 있다. 그만큼 건설자재를 납품하게 된다는 것이다.

좀더 넓고 멀리 내다보면 이는 에너지가 부족한 북한지역에 발전소를 먼저 지어 통일한국에 대비하는 투자일수도 있다. 게다가 경수로 건설의 판을 어차피 깰 수 없을 바에야 「사상 최대의 남북경협」이 될 수 있다는 측면과 「핵문제」 해결에 우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에 따른 반사적 이익은 적지않다.

업계나 학계 관계자들은 『경수로부지 착공은 남북교류의 제도 마련에 좋은 참고자료가 되며 남북한간 경제교류에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관계자들은 『경수로 부지착공과 건설을 위한 그간의 노력과 합의, 특히 1,000쪽이 넘는 출입국 통관 노무 우편 의료 부문 등의 합의 내용은 남북교류의 구체적인 법률과 제도 마련에 크게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경수로의 본격적인 건설지원과정을 통해 이러한 합의 내용의 타당성과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다는 데서도 큰 의의를 찾을 수 있다. 경수로 건설지원을 계기로 북한이 제도적인 개방을 취하지는 않더라도 실질적인 개방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까지 감안하면 남북경협에 미칠 긍정적인 효과는 사실 수치화할 수 없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수백명에서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북한 노동자와 남한의 기술자 인부 행정요원 등의 접촉도 의미있는 경제적 진보다.<이종재 기자>

◎경수로 향후사업계획/2004년 2기 공사까지 완공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가 추진하고 있는 대북 경수로사업의 부지 준비공사 착공식이 19일 하오 함경남도 신포시 인근 경수로 건설예정지에서 열린다. 94년 12월 북한의 핵 투명성 확보를 위한 북―미 제네바 핵 협상이 타결된 이후 3년8개월만이다.

그러나 대북 경수로 사업은 사실 이제부터다. 이날 착공식은 그야말로 부지건설 준비공사의 첫 삽질에 불과하다. 앞으로 경수로 2기공사를 모두 마무리하기까지는 최소 8년이나 걸려 지금까지 준비해온 3년8개월의 2배이상 기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공사일정의 대강은 올해중 경수로 1기공사 착공, 98년 경수로 2기공사 착공 및 핵심시설 인도, 2003년 경수로 1기 완공, 2004년 2기공사 완공 등이다. 물론 3년거치 17년 연 2회 균등분할상환해야 하는 경수로 비용상환까지 포함하면 대북 경수로사업의 완결은 2024년에나 이루어진다. 워낙 변수가 많은 남북관계를 감안하면 앞으로의 사업계획을 단정적으로 얘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같은 전망은 95년 12월 북한과 KEDO간 경수로공급협정이 체결됐지만 4년 가까이 돼서야 첫 삽질을 하게 됐다는 사실로도 입증된다.

이는 남북관계가 순탄치 않은 탓이 크다. 특히 96년 9월에 일어났던 북한 잠수함 강릉해안 침투사건은 경수로 지원사업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경수로 건설의 실질적인 「물주」인 남한 정부로서는 북한이 이처럼 안보를 위협하는데도 막대한 재원을 들여가며 발전소건설을 지원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수로 지원은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의 골격이어서 결정적인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한 중단할 수 없다는 미국 정부의 입장과 북한의 「사과 표시」로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물론 이후에도 황장엽씨 망명 등 남북관계에 크고 작은 곡절이 많았으나 경수로 지원사업만큼은 더 이상 「정치적인 요인」에 의해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았다. 이렇게해서 이날 착공식에 이르게 됐다.

그간 북한과 KEDO 및 경수로 부지공사의 주계약자인 한국전력은 수십 차례의 협상을 통해 경수로 건설공사 착공을 위한 출입국 통관 검역 해상수송 육상 수송 은행서비스 및 KEDO쪽 은행설립 보험서비스 항공정기노선 통신 우편 노무계약 의료문제 등을 해결했다. 경수로사업이 「트로이의 목마」로서의 가능성을 우려한 북한을 설득하면서 이같은 문제들을 해결하느라 상당한 시간과 노력들이 필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특별한」사안이 발생하지 않는한 순수하게 건설상의 문제만 남아 경수로 사업에는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한국중공업이 만든 원자력 발전기를 실은 배가 남북을 오가고 현대 동아 대우건설 근로자들의 북한 발길도 줄을 이을 전망이다.<이종재 기자>

◎경수로 기술자의 24시/6시 기상후 서울가족에 안부전화/북과 공사논의 한전본사 팩스보고/저녁은 단고기,숙소서 한국TV 시청

1998년 3월 어느날 북한의 함경남도 금호지구. 한국전력의 북한 원자력건설본부 소속 엔지니어인 A씨는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상오 6시에 기상, 숙소 주변의 해안을 달리며 가볍게 아침운동을 했다. 절경에 오염되지 않은 공기, 한적함. 고독감만 제외하면 그냥 살기로는 최고다.

어제 도착한 1주일치 남한 신문을 대충 훑어봤다. 언론은 신정부 출범 이후 남북 정상회담이나 대화재개설을 계속 보도 하고 있지만 A씨는 「남북한 정치관계는 상관없다. 경수로사업만 잘 되면 내 일은 그만이다」는 생각이다. 서울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간단하게 안부를 확인했다. 지난해 8월 착공 직전 금호지구-서울간 직통전화 전용회선이 개통됐지만 국제전화 요금(일본 경유)이 부과되기 때문에 2∼3일에 한번 정도만 수화기를 잡는다.

셔틀버스를 타고 5분 거리인 현장 사무소에 도착, 팩시밀리를 통해 공사 진척도와 날씨 등을 본사에 보고 했다. 본사에서 『수고한다』는 답신이 왔다. 그리고 굴착공사장으로 나갔다.

낮 12시에는 서울에서 가져온 쌀로 만든 밥과 갈비탕, 현지에서 자체 재배한 배추로 만든 김치를 곁들여 점심 식사를 했다. 처음에는 자존심 때문에 눈치를 보던 북한 기술자들도 이제는 스스럼 없이 공기밥을 더 달라고 한다. 역시 같이 땀을 흘려야 친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금세 느낄 수 있다. 금호지구에는 미국과 일본 관계자들도 나와 있지만 북측 기술자들은 이들과는 말이 안통하기 때문에 모든 문제를 남한 사람들과 의논 한다. 역시 한민족임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저녁때는 북한 기술자와 함께 숙소와 사무소 사이의 연결도로변에 있는 「단고기(보신탕)집」에 가서 배를 채운 뒤 당구장에 들렀다 단란주점에 갔다. 북한당국이 「외화벌이」를 하기 위해 만들어 놓은 곳이다.

숙소로 돌아온 것은 밤 11시께. 위성장비를 통해 남한 TV를 시청한 뒤 잠시 PC로 인터넷 사냥을 한뒤 잠자리에 들었다.<남대희 기자>

◎경수로 남은 의정서는/핵사고시 보상 등 10여개 논의돼야

경수로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와 북한이 맺어야 할 약속(의정서)들이 아직도 10여개 남아 있다. 그중에는 정치적, 기술적으로 팽팽한 대립이 예상되는 「뜨거운 감자」들도 상당수 있다.

우선 「훈련프로그램」. 경수로의 운행과 보수, 응급조치를 위해서는 북한 기술자들이 시뮬레이터 등을 통해 모의훈련과 현장실습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말이 통하고 기본 모델이 있는 남한에서 훈련이 이뤄져야 바람직 하다는 입장인데 북한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근로자중 훈련 대상 인원은 하루에 최소 90∼150명(30∼50명씩 1일 3교대)이다.

「인도일정과 북한의무사항 이행」은 북한이 과거에 얼마나 핵(무기)을 만들어 냈는가를 알아낼 수 있는 대단히 민감한 문제다. 경수로공급협정에는 북한이 과거핵에 대해 국제기구의 사찰을 받아야 경수로사업의 핵심부품인 터빈·제너레이터·원자로 등을 인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북한이 과거 핵의 투명성을 확인 해주지 않으면 사업은 주요 단계로 넘어가지 못한다. 그러나 그 때가서 남북, 북미관계가 어떻게 규정돼 있을 지 예측하기 어렵다. 또 핵사고시 책임소재 규명과 보상문제를 다루는 「핵사고시 처리」를 비롯해 「품질보장」 「의무불이행시 조치」 「가격조건」의정서들이 논의 돼야 한다.<김병찬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