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생 147명 미국·독일·미얀마 등 18개국 70여 현지법인서 20일이상 현장실습/“연수보다 값진 경험” 긍정적 평가속에 “신용 낮고 현지인 차별” 따끔한 지적 잊지않아『친구와 함께 놀러다닌 배낭여행과는 도저히 비교할 수 없는 값진 체험이었어요』 『「Made in Korea」가 찍힌 상품 하나 팔기가 그렇게 어려운 줄은 정말 몰랐어요』 『일본기업에 비해 우리기업이 약속은 쉽게 하면서도 정작 이행은 제대로 하지않는다는 현지인들의 얘기에는 정말 속이 상했어요』
여름방학을 이용해 우리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에서 3주일간의 현장실습을 마치고 최근 귀국한 고려대 경영대학생들의 현장실습보고서에는 온갖 체험담이 미주알고주알 담겨있다.
7월초를 전후해 미국 독일 등 선진국에서부터 방글라데시 미얀마 등에 이르기까지 18개국에 흩어진 국내기업의 70여 해외현지법인을 찾은 학생들은 모두 147명. 배낭여행이나 어학연수와 달리 「국제인턴사원」이란 이색 현장학습을 하고 돌아온 이들은 대학에서 정규교과과정(3학점)으로 개설한 「국제경영현장실습」을 수강한 학생들이다.
경영학교수들이 지난 94년 『강의실이 아닌 우리 기업의 세계경영현장에서 살아숨쉬는 경제를 배우게하자』며 개설, 이제 최고 인기과목이 된 이 강좌는 올해로 3년째. 한 학기 동안의 철저한 준비를 거쳐 해외의 현지법인에서 20일이상 현장체험을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경비는 해당기업에서 숙식을 제공해주고 경영대를 졸업한 선배들이 비행기삯도 조금씩 보태준다. 높은 인기를 반영하듯 개설당시 32명이던 학생이 4년만에 거의 5배로 늘었다.
『자카르타의 전자제품가게를 돌아다니며 시장조사를 하느라 힘들긴 했지만 너무 너무 재미있었어요』. 6월27일부터 20일간 LG전자의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방문했던 한송희(20·경영3)씨는 『14인치 텔레비젼 한대를 팔기위해 해외주재원들이 그렇게 고생하는 줄 몰랐다』며 『현지어를 잘몰라 애를 먹었지만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현지상인들로부터 「일본기업은 고객관리의 일환으로 주 1회방문은 물론 매일 전화를 걸만큼 철저한데 비해 한국기업은 눈앞의 이익만 좇을 뿐 성실성에서 뒤떨어진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국제사회에서 살아남으려면 한층 분발해야할 것같다』고 생생한 느낌을 전했다.
캐나다에서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한라공조를 다녀온 구자흥(20·경영3)씨는 『200여명의 직원중 한국인은 단 2명일 정도로 현지화가 잘 돼있고 생산시설도 깔끔했다』며 『해외법인의 경영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등 어학연수나 해외여행 등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좋은 경험을 했다』고 말했다.
구군은 『놀러가는게 아니라서 고생할 각오를 했는데 방문자숙소에서 편안하게 생활하고 주말에는 나이애가라폭포 등으로 관광가는 등 즐겁게 지내 너무 고생을 안한게 오히려 아쉽다』고 말했다.
필리핀의 한진건설공사현장을 둘러본 신현해(25·경영4)씨도 『상오 6시30분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우리 기업의 세계경영현장을 직접 체험해보는 기회라 하루하루가 알찼다』고 동조했다.
신씨는 『현지인들은 한국인에 대한 인상에 곧잘 「부지런하다」며 칭찬했지만 일부는 「화를 잘내고 인격을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도 했다』며 『현지인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 등 잘못된 행동으로 한국인의 이미지가 좋지않은 점은 시급히 고쳐야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동남아·중국·미주유럽의 3개팀중 중국팀 지도를 맡은 김익수(42·경영학) 교수는 『12일 평가회결과 학생들의 시야가 크게 트인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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