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광고 세계 최고 수준”/여 선거홍보 10년간 담당/올해는 예년보다 물량 크게 줄듯연말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무르익어 가는 정치 분위기에 광고도 큰 몫을 한다. 정치광고는 대선 주자의 선거 캠페인 주제설정에서부터 신문 방송광고, 전단제작 등 다양한 작업까지를 포괄한다. 후보의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말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충고하는 세세한 일도 광고·홍보 담당자의 몫이다.
광고대행사 한컴 광고1본부 구재범(36) 부장은 10년 동안 여당의 정치광고를 맡아온 사람이다. 광고계에 갓 몸을 담은 87년부터 대통령선거 광고에 간여하기 시작해 그동안 대선 총선 지방자치단체장선거 등 예닐곱 차례의 큰 선거에서 여당광고와 국회의원 지자체장 후보의 개별 광고를 맡았다.
『아직 여야가 선거운동방법을 법으로 확정하지 않아 정치광고의 정확한 범위가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올해는 예년보다 광고 범위가 크게 줄어 80회의 신문광고, 당원 홍보용 유인물 제작, 몇 차례의 옥내 연설 기획 등이 광고대행사가 맡을 수 있는 일의 전부일 것으로 봅니다』
정치광고는 일반 기업광고와는 여러 점에서 다르다. 물량이 그다지 많지 않은데다 통상적인 정당 홍보활동이 아니어서 본격적인 의미의 정치광고는 해마다 있지도 않다. 따라서 국내에는 정치광고만을 전담하는 광고회사는 없다. 또 선거광고의 생리상 낙선한 정당에서는 광고비용을 받아내기가 어려워 광고대행사가 야당 광고를 맡는 경우는 드물다. 그나마 한컴이 10년 넘게 여당광고를 맡아왔기 때문에 국내 정치광고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인 셈이다.
『우리나라 정치광고 수준이 선진국에 비해 보잘 것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실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아도 무방합니다』
구부장은 『광고전이 치열하다는 미국도 정치 방송광고는 슬라이드를 몇 장면 보여주면서 말로 설명하는 것이 전부고, 신문광고는 아예 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영국도 선거비용 제한 때문에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선정적인 포스터를 내거는 정도에 그치고, 일본도 정책 위주로 정당과 후보를 멋없이 선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영국은 비방에 가까울 정도의 강도 높은 비교광고가 허용되는 특징이 있다.
『신한국당 이회창 후보의 전기제작을 벌써 마쳤다』는 구부장은 『여당의 홍보준비가 서서히 틀을 잡아가고 있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광고 외에도 갤러리아백화점, 로만손시계 등 기업 상업광고를 맡고 있으며 한양대에서 정치커뮤니케이션 광고기획론 등을 강의하고 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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