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볼 일이 있어 쇼핑센터나 병원 등을 들르면 연구소 직원이나 가족들을 만난다. 이렇게 백화점을 갈 때나 인감증명서 호적등본 등을 발급받으러 동사무소에 갈때면 필자의 직업과 관련된 여러가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대부분의 사람들은 북적거리는 대형 백화점에서 장을 보느라 몇시간을 소비하거나 바쁜 중에 동사무소까지 찾아 가 오랜시간을 기다리는 등 불편을 겪은 일이 비일비재 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머지않아 장바구니를 들고 백화점을 가거나 호적등본 때문에 동사무소에 가는 시대는 사라지고 안방에 설치되어 있는 컴퓨터를 통해 쇼핑을 하면서 서류도 발급받게 될 것이다.
어디 그 뿐인가. 도서와 자료는 물론 간단한 진료와 처방 정도는 집에 앉아서 받고 자녀들 교육도 원격으로 받는 혜택을 누리게 될 것이다. 이처럼 미국을 기점으로 하여 전세계적으로 확산된 정보화의 물결은 이제 지구촌을 하나로 묶으면서 정보화의 대열에 끼지 못하는 국가나 사회, 심지어 개인까지도 생존의 낙오자가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갖게 만드는 형편이 되었다.
우리 나라도 이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국제적으로 정보화를 선도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가 전산망 구축과 학교, 사회기관 등에 대한 정보기기 보급 확대, 멀티미디어와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등으로 나타나고 있다.
최근 정부는 21세기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할 우선 과제로 「정보 인프라 구축과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 계획」을 수립, 미래사회에 대비해 나가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정보화」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 특히 「정보화가 우리의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하는 문제이다.
보다 기술이 앞선 미래의 한 단면을 다시 한번 가정해 보자. 전국민이 개인정보가 수록된 초경량 전자 ID카드를 소지하도록 법제화된다. 쇼핑 영화관람 해외출장 금융거래 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모든 사무절차를 ID카드 하나로 해결하게 된 것이다.
A씨가 있다고 하자. 다음날 해외출장을 떠나야 할 그가 불행히도 카드를 분실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전자 ID카드를 재발급받기 위해 A씨는 출장을 포기해야 한다. A씨의 일상업무가 완전 마비된 것이다. 이런 가정외에도 개인정보가 악용될 경우 파생될 사회적 혼란은 더욱 치명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정보화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을 추구하는 산업화에 비하여 보이지 않는 풍요로움을 제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식과 경험, 창의적인 생각, 인간의 가치와 존엄성, 개인의 감성, 삶의 질과 같이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것들…. 그러기에 인간다운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인권 및 개인정보는 더욱 철저히 보장되어야 한다.
정보는 생산하고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타인에게 제공하고 소비하는 것도 또한 중요한 일이다. 정보화의 결과 우리 앞에 산더미 같이 정보가 쌓이더라도 우리가 이를 올바르게 또 적절하게 활용하지 못하면 정보는 「꿰매지 않은 서말의 구슬」이거나 공해물질 또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 정보화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정보를 활용하는 「사람」인 것이다.
이처럼 정보화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무한경쟁의 시대를 맞아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등 순기능도 많지만 이를 악용하면 역기능 또한 만만치 않다.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에 바탕을 둔 올바른 정보만을 생산하고 또한 정보를 올바르게 활용할 때 진정으로 우리들이 원하는 정보화 사회가 도래할 것이다.
정보화의 핵심은 정보 고속도로나 컴퓨터가 아니고 사람이 우선되어야 한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올바른 윤리의식과 가치관을 갖고 더불어 정보를 공유하고 제공할 때 다가올 21세기는 인간이 존중되는 풍요로운 사회가 조성될 것이다.<시스템공학연구소 소장>시스템공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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