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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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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달초 부산의 한 아파트 인근 숲속에서 비닐봉투에 든 우편물 1천여통이 발견됐다. 우체국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고교생 3명이 날씨가 덥고 우편물이 너무 많자 쓰레기처럼 버린 것이었다. 학생들은 대리배달을 맡긴 집배원과 함께 입건됐다. 자원봉사라는 말도 무색해졌다. ◆매년 방학이 되면 자원봉사에 나서는 중·고생들이 많다. 그러나 희망자가 넘쳐 사회복지기관이 즐거운 고민을 하던 지난 해와 달리 올해는 열기가 시들하다. 종전에는 일이 서투른데도 의욕이 넘쳐 시키지 않은 일까지 했다가 일거리를 만들어 주고 가는 학생들도 있었다. ◆자원봉사활동이 이처럼 부진한 것은 올해부터 규정시간을 줄였기 때문이다. 중학생의 경우 서울시교육청은 연간 40시간에서 15시간으로, 대전시교육청은 20시간에서 15시간으로 줄였다. 고교생은 봉사활동을 점수화한 생활기록부를 대입시에 반영토록 했으나 적용대학은 적다. ◆보다 효율적인 봉사를 실시하라고 시간을 줄이면서 교내활동을 9시간까지 인정해주자 교외활동은 정확하게 6시간만 하는 학생들도 늘어났다. 4회에 8시간짜리 봉사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서울의 한 장애인복지시설은 6시간을 채운 다음 날부터 학생들이 부쩍 줄었다고 한다. ◆자원봉사제는 도입 3년만에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점수따기활동으로 전락한채 아무 보완책 없이 시간만 줄어들었다. 학생들에게 사회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봉사정신을 함양토록 하겠다던 취지는 망각되고 있다. 활성화방안이 없는지 교육당국은 다시 궁리를 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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