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붓질이 그려내는 소박한 아름다움/유럽농부들 취미서 유래/낡은 가구를 사포질한 후 흰색 ‘제소’ 바르고 자연을 그려넣으면 어느새 ‘예술작품’우리나라 농부들은 한가하면 새끼를 꼬았지만 유럽의 농부들은 농한기에 그림을 그렸다. 알롱달롱한 색상으로 농가의 나무 문이나 가구, 벽과 창문에 꽃과 전원을 그렸다. 여기서 출발한 것이 「포크 아트」. 지금은 오히려 미국과 호주에서 공예로 각광을 받는 장르이다.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 「포크아트갤러리」를 연 고영경(40)씨는 82년부터 5년간 미국에서 살며 포크아트에 매료되었다. 정작 제대로 배운 것은 4년전 압구정동의 포크아트 공예점에서였다. 이제는 호주와 미국의 워크숍에 참여할 정도로 전문가가 되어 20명의 제자를 거느린 포크아트강사이다. 고씨는 포크아트를 이용해 가구 주문제작도 해주고 헌 가구를 새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식탁과 의자 세트는 헌 가구를 재활용해서 만든 것. 우선 헌 가구는 사포질로 래커칠을 완전히 벗긴다. 매끈하게 벗겨진 식탁에는 착색을 돕는 흰색 「제소」(Gesso) (250㎖ 1통에 1만원) 를 붓으로 고루 발라준다. 그 위에 원하는 색의 아크릴 물감을 기본색으로 발라준다. 고씨가 선택한 색은 엷은 황토색으로 약간 터진 효과를 냈다. 그 다음 원하는 그림을 역시 아크릴 물감으로 그려 준 뒤 바니시 칠로 마감을 했다. 고씨는 무늬로 장미꽃과 리본을 선택했는데 보조제를 첨가, 수채화 느낌이 나도록 만들었다.
아크릴 물감은 곧바로 칠이 마르기 때문에 작업이 빠르다는 것이 장점. 『그림이 잘못되면 덧칠을 하면 되기때문에 초보자들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고 고씨는 말한다.
포크아트에는 어떤 그림도 어울린다. 원래 유럽에서 시작되기는 꽃과 나비, 풀 같은 원색의 자연을 그리는 것이었지만 미국쪽에서는 전통회화나 동화삽화 를 더 즐긴다. 『잡지나 화보집 같은 데서 마음에 드는 그림을 챙겨두었다가 보고그리면 된다』고 말하는 고씨는 『현대회화도 옮겨보면 색다른 맛이 난다』고 들려준다.
나무에 주로 그리던 것이지만 지금은 보조재가 다양해져서 양철과 천등 거의 모든 소재에 쓰인다. 역시 보조재 덕분으로 아크릴 물감만을 쓰는데도 수채화나 유화 효과까지도 낼 수 있다.
초보자들에게는 역시 나무소재가 가장 쉽다. 고씨는 『거리에서 줏어온 의자도 포크 아트로 손질하면 금세 예술품이 된다』며 『소박한 농부들의 예술에서 시작된 만큼 못그린 그림도 매력이 있다』고 일러준다. 그말대로 고씨의 공방(02―794―3289)에는 어느 대학에서 줏어온 나무의자 몇점이 예술품으로 변신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서화숙 기자>서화숙>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