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모은 아시아 유물 5,000점 기증”/“젊은이 민족혼 일깨웠으면”/항일운동중국군 장군 지내/50여년 동남아 떠돌며 수집/곤룡포 등 중 희귀유물 포함/“민족정기 세우자” 95년 귀국팔순의 독립운동가가 평생동안 수집한 문화재 등 유물 5천여점을 기증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반세기동안이나 이역을 떠돌며 모은 것들입니다. 우리 국민 누구나 감상할 수 있도록 국가에 기증할 생각입니다』 중국군 장군까지 지낸 독립운동가 김형석(85)옹은 15일 서울 강남구 도곡동 사무실 지하창고를 빽빽이 메운 고문화재들을 가리키며 『다만 작은 대가라도 주어진다면 젊은세대의 민족혼을 일깨우는 교육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1912년 평북 철산 출신인 김옹은 7세때 부친을 따라 중국 동북지방으로 건너가 항일운동에 참여했다. 이후 장제스(장개석)의 국민당군에 들어가 산둥(산동)성 보안사령부 참모장을 지낸 김옹은 광복당시 상하이(상해) 등의 학도병포로와 동포들을 무사 귀국시킨 공으로 77년 건국공로훈장을 받았다. 그러나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만주군관학교와 일본육사출신이라는 이유로 행사참석을 거부, 동지들이 대신 훈장을 받아 전해주기도 했다. 김옹은 장제스군이 마오쩌둥(모택동)에게 패퇴한 49년부터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일대를 전전하며 무역업과 골동품상을 하다 50년만인 95년4월 영구귀국했다.
김옹이 소장하고 있는 문화재는 중국유물 4천여점을 포함, 동양 10개국의 유물 5천여점으로 어림잡아도 시가 수천억원대에 이른다는 것. 고대 토기와 명·송·청대의 도자기, 서화류가 주종이나 청나라 건륭제의 곤룡포같은 진귀한 물품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김옹이 가장 아끼는 것은 2천년전 한대의 태극문양 옥석을 비롯, 청말에 이르기까지 시대변화와 함께 다양하게 변천해온 각종 태극·팔괘문양 6백여점. 김옹은 『우리 태극기의 뿌리와 정신을 밝히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에서 남다른 관심을 갖고 수집했다』고 말했다.
김옹의 각별한 조국사랑은 귀국동기에도 나타난다. 94년 3·1절 기념식에 초청됐을 때 온통 범람하는 일본문화와 땅에 떨어진 도덕상을 보고는 큰 충격을 받았다는 것. 김옹은 『조국독립에 생을 바친 선대 애국자들을 뵐 면목이 없었다』며 『일본을 극복하고 민족의 정기를 바로 세우는데 남은 여생을 바쳐야겠다고 결심, 이듬해 영구귀국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베이징(북경)시 차오양(조양)공원내에 사설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한 김옹은 기증에 앞서 곧 중국유물전문가를 초빙, 소장품들의 가치를 정밀 감정받을 예정이다.<베이징=송대수 특파원·정진황 기자>베이징=송대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