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트형 소파·곡선책상·놀이방… 자유로움과 진지함이 조화/“휴일에도 나오고 싶어요”정보화시대는 개인의 창의력을 살려줘야 작업 효율이 높아진다지만 정작 그렇게 꾸민 사무실은 별로 없다. 산업화시대와 다를바 없이 서열에 따라 책상을 일렬로 꾸미는 것이 보통이다.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한양타운 2층에 자리잡은 음반회사 「EMI뮤직코리아」 사무실은 250평 남짓한 공간을 익살스럽고 환상적으로 꾸며서 직원들이 휴무일인 토요일에도 부득부득 일하러 나온다는 곳이다. 인기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에 등장한 오디션룸도 바로 이 사무실 안에 있다.
「EMI뮤직코리아」는 들어서는 입구부터 남다르다. 왼쪽에는 응대직원(리셉셔니스트)의 곡면책상이, 오른쪽에는 녹두색의 소파가 있다. 등받이가 약간 찌그러진 염통 모양으로 재미있다. 맞은 편에 나타나는 것이 사무공간으로 들어가는 「오작교」. 콘크리트와 철제를 이용했지만 바닥을 둥글게 올려서 정원의 실개천을 건너는 대나무·목재 다리 같다.
T자로 생긴 이 다리를 따라 왼쪽으로 가면 마케팅·기획사무실, 오른쪽은 재무관리부 사무실이다. 마케팅·기획사무실의 방꾸밈이 자유분방하다면 재무관리부 사무실은 단정한 것이 특징. 회의실 책상조차 마케팅·기획사무실은 곡선인데 재무관리부 사무실은 직선을 이용했다. 또 마케팅·기획사무실은 책상 배열을 4개 팀별로 갈라 팀원끼리는 등만 돌리면 가운데서 모이도록 만든 반면 관리사무실은 부장 자리를 제외한 모든 책상이 정면을 향해 놓여있다.
이 회사 내에서도 가장 재미있는 공간으로 꼽히는 「놀이방」이 있는 곳도 바로 마케팅·기획사무실 공간쪽이다. 「아티스트 룸」이라고도 부르는 이 방은 음악가들이 오면 접견하는 곳. 마이크와 오디오, 노래방기기 등을 갖춰 직원들의 노래방으로도 쓰이는 곳이다. 주황색 카펫, 겨자색과 녹두색의 벽면, 꽃자주와 주황색 겨자색 바탕에 약간 다른 톤의 꽃무늬를 놓은 소파 등이 어울려 금방이라도 신나는 음악회가 시작될 것 같다. 바로 옆은 1평 남짓한 소회의실. 마름모꼴 공간에 흰색 원탁과 덴마크 디자이너 아르메 야콥센의 유명한 「나비의자」를 놓았다. 그에 이어지는 대회의실 공간에는 팔레트형 탁자와 검은 「아론체어」가 회색카펫과 어울려 진지한 분위기를 내준다.
이 사무실은 홍콩의 「엠 모우저(M.Moser)」사가 디자인하고 국내의 「풍진아이디」가 실행에 옮긴 것. 지난해 넉달공사에 5억이 소요됐다. 「EMI뮤직코리아」의 심용섭(41) 사장은 『재미나게, 일할 맛 나게, 창의력이 샘 솟는 공간을 만들되 금속이나 알미늄을 활용한 전위적인 분위기보다는 따뜻하고 푸근한 느낌을 만들어달라』는 것이 주문사항이었다며 『가끔 직원들이 가운데서 기타치고 노래하고 춤까지 추는 것을 보면 너무 심했나 싶기도 하다』고 웃는다. 춤을 즐겨추는 직원 김동기(24·여)씨는 『자유롭고 일하는 것이 신난다』라고 말한다. 『환기가 나쁘고 전체 조명이 조금 어두운 것은 불만』이라는 클래식 기획부 김정호(34) 차장은 『편안한데 끌려 주말에도 자주 나온다』고 말해 쾌적한 사무실은 자발적으로 더 일하게 만드는 마력이 있음을 시사했다.<서화숙 기자>서화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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