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기가 대통령 관저예요』프랑스, 그리스, 체코…. 저녁시간이면 닭고기 수프 내음과 와인잔 부딪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의 거리에 유럽 대통령들의 집이 있었다. 그리고 그 대통령들은 최소 열흘에서 한달간 자연과 「연애」해가며 그야말로 망중한의 여름휴가를 즐긴다.
「바캉스를 위해 산다」는 서민들의 생활과 조금도 다를 바 없다. 「자연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푹 쉬다 오는 것」. 유럽 바캉스 문화의 진면목이다.
93년 여름, 나는 내게 안식년 휴가를 주었다. 바캉스가 피크이던 때 숙소는 유럽 20여개 나라의 「풀밭 위」였다. 서유럽, 남유럽은 물론 동유럽까지 각 나라마다, 지역마다 바캉스를 위한 캠핑장과 부대 시설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답고 훌륭했다.
가장 경관이 뛰어난 산이나 바다, 강, 숲을 끼고 널찍하게 자리잡은 캠핑장에서 남은 일이라곤 「자연과 사랑에 빠져드는 일」뿐이었다. 고운 햇살과 산들바람과 산새, 풀벌레 소리가 합세해 잠을 깨우면 도시에서 잊고 살았던 살맛나는 시간들이 이어진다.
느·릿·느·릿·자·유·롭·게!
아침 강가의 조깅, 숲속 산책, 독서를 겸한 해바라기, 빗속의 수영…. 의연한 무표정으로 반겨주는 자연이 고맙다.
시간이 지날수록 캠핑장의 위치가 왜 「큰 산, 큰 바다, 큰 강」의 「큰 자연」을 반드시 끼고 있는 지 그 심모원려가 새삼 느껴진다. 우주 안에서 내 존재의 미미함과 소중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순간, 한 모금의 커피 맛. 그 커피 맛의 추억은 다시 자판기 커피로 이어져 저자거리 한가운데서도 휩쓸리거나 쓰러지지 않고 올곧게 가는 힘을 준다.
캠핑장의 하루 이용료는 어느 곳도 5,000원을 넘지 않으니…. 선진국이 선진국다울 수 있는 이유와 저력을 나는 93년 여름, 바로 그 캠핑장에서 보았다.
한달쯤 자연 속으로 휴가를 떠나는 대통령을 뽑고 싶다. 큰 산, 큰 바다를 늘 가슴 속에 품고 있어 눈이 맑은 그런 대통령을 만날 복은 없는 것일까. 우리에게 역사는 왜 이리도 더디고 어리석은 지….<베스트셀러 출판사 대표>베스트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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