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좌초된지 15일자로 한달이 됐다. 재계 8위 그룹인 기아의 몰락은 금융부문과 실물부문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광주 군산 아산 등 일부 지역경제는 사실상의 금융공황으로 빠져들고 있고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는 추락, 국내금융기관들이 자체신용으로는 해외금융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정부당국이 민간부분 불개입원칙을 내세워 방관하고 있는 사이에 국가경제의 한 축이 허물어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쇼크」 1개월의 파장을 부문별로 정리해 본다.◎협력업체 연쇄도산·지역경제 마비
기아그룹이 좌초하면서 기아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하고 있다. 또 기아자동차(충남 아산), 기아특수강(전북 군산), 아시아자동차(광주) 등 주력계열사 소재지와 시화공단 등 협력업체가 많은 지역경제가 마비되고 말았다. 1만7,000여 기아 협력업체은 아직도 연쇄부도의 공포를 이겨내지 못하고 있다. 광주의 경우 지역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약 33%(생산기준)에 달하는 아시아자동차가 무너지면서 지역경제가 사실상 와해위기에 처해 있다.
14일 현재까지 부도로 도산한 기아의 1차협력업체가 11개사에 이르고 있고, 공식집계가 어려운 2, 3차협력업체를 합하면 부도업체수는 이미 수십곳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업체들도 절반이상이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가 하면 대량감원까지 계획하고 있어 협력업체들이 밀집해 있는 경기 시화, 반월공단, 광주 하남공단 등은 상가철시가 잇따르는 등 지역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현대와 대우에 부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이 연쇄도산될 경우 자동차업계 전체의 조업차질이 불가피한 실정이다.<김동영 기자>김동영>
◎국가신용 타격… 한해 5억불 손해
기아그룹의 좌초는 한보·삼미사태로 금이 가기 시작한 한국경제의 대외신인도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지난달 15일 기아그룹이 무너지기 전만해도 한보·삼미사태로 이어진 일련의 거대기업 부도에도 불구, 「신용위기」라는 말은 제일은행 등 일부 금융기관에만 국한되는 양상이었다. 오히려 6월말에는 한일 장기신용은행 등이 해외기채에 성공하는 등 신용회복 조짐까지 보였다. 그러나 기아가 좌초된후 국제금융시장은 「한국」이라는 국가 자체에 대해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세계적인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Moody’s)사가 지난달 25일 한국의 국가신용도를 「A1 스테이블」에서 「A1 네가티브」로 조정했다. 굴지의 시중은행들도 신용평가가 떨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신용 하락에 따른 부담은 아주 크다.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한단계 하락할수록 해외시장에서의 차입금리는 0.5%포인트 가량 상승하게 되는데 우리나라 외채수준(1,000억달러)를 감안하면 기아사태로 한해에 약 5억달러(한화 9,000억원)를 날리게 된 셈이다.<조철환 기자>조철환>
◎금융계 “문닫는 곳 나온다” 업무위축
기아에 거액의 자금을 빌려주었다가 떼일 지경이 된 금융기관들은 일상적 업무마저 차질을 빚고 있을 정도 큰 파장을 몰고 왔다. 일부 시중은행과 종합금융사는 콜차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상까지 일어나면서 「머지 않아 문을 닫는 금융기관이 나올 것」이라는 말이 금융권에 확산되고 있다. 상위권 재벌그룹 3∼4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경우 신규어음이 제대로 할인이 되지 않고 있을 정도다.
기아에 총 4조2,000억원의 여신을 갖고 있는 종금사들은 총수신고가 이달 들어 열흘동안 6,000억원대가 줄어들었고 잇따라 대형 부실여신을 떠안게 된 일부 은행들의 수신고도 급격히 줄어 들고 있다.
은행권 역시 대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대기업 기준 당좌대출금리는 기아사태이후 한달간 1.3% 가까이 오르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한편 환율은 당국의 강력한 개입으로 달러당 895원대에서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한때 720대까지 내려앉았던 주가는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스로 760선을 회복했지만 불안감이 여전하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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