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에 300벌 코디/4년만에 톱3로 부상동글동글하고 코믹한 이미지의 만화캐릭터를 연상시키는 패션코디네이터 정윤기(27)씨. 그의 이름앞에는 늘 「남자 코디네이터 1호」라는 꼬리표가 붙어다닌다. 93년 처음 패션계에 발을 들여놓을때만해도 코디네이터란 여성의 직업이었다. 『어머, 남자가 어떻게…』 『남자는 부담스러워서…』 등 반응도 가지각색이었고 은근한 경계의 눈초리도 끊이지 않았다. 거마비 정도밖에 못받는 일거리조차 잡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독특한 감각과 친화력, 성실성을 내세운 정씨의 작업태도는 곧 인정받았고 코디생활 4년만에 정씨는 100명을 헤아리는 국내 패션코디네이터중 톱3에 드는 한명으로 떠올랐다.
『초등학생때부터 설빔도 부모님이 사다주는 것은 싫었어요. 직접 옷을 고르고 내 맘에 들면 사이즈가 작아도 입겠다고 고집하면서 컸지요. 그게 코디네이터로서 감각을 키우는데 밑거름이 됐나봐요』
정씨는 고교를 졸업하고 패션스쿨 FDA와 프랑스의 조센빌에서 패션디자인과 스타일링을 공부했다. 1남 3녀중 막내이자 2대 독자인 그가 코디네이터가 되겠다고 했을때 부모님은 『철없다』며 완강히 반대했지만 고집을 꺽을 수는 없었다.
현재 두명의 보조 코디네이터를 거느리고있는 정씨의 월 평균수입은 400만원선. 비슷한 또래 봉급장이들로서는 꿈도 꾸지못할 액수다. 한달이면 보통 300벌의 옷을 주무르고 10일 이상을 패션화보작업을 위해 해외에 나가있다. 각종 패션전문지의 화보작업과 진브랜드 「TEX」의 마케팅컨설턴트, 뎀메이크업학원 강사 등으로 정신없이 살다보니 하루 수면시간은 4시간정도. 그래도 『스타일을 창조해낸다는 기쁨』때문에 일이 즐겁다.
정씨는 앞으로 국내 패션기업들과 코디네이터들이 함께 참가하는 「코디전」을 주최하는게 꿈이다. 유수의 패션업체들이 카탈로그 촬영때면 으레 외국인 스타일리스트와 사진작가, 메이크업아티스트를 선호하는 것이 패션유관산업의 발달을 저해한다고 생각하는 그는 이 「코디전」이 이미지를 창조하는 산업으로서 한국패션의 내실을 다지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믿는다.
◎뚱뚱한 사람 옷입기정윤기씨의 힌트
정윤기씨는 패션가에서도 소문난 옷 잘입는 남자다. 다소 살이 찐 편인 정씨의 옷 잘입는 요령을 빌리자면 「레이어드룩을 최대한 이용하는 것」. 옷을 여러벌 겹쳐입는 레이어드룩은 시선을 분산시킴으로써 몸매의 결점을 감춰준다. 『가슴부분의 살집이 드러나지않도록 여름에는 단순한 셔츠에 사선무늬가 든 조끼를 단추를 채우지않은채 가볍게 걸치고 색상이나 디자인이 독특한 넥타이를 맵니다. 트렌디한 멋도 나고 셔츠와 조끼, 넥타이로 상체가 면분할된듯한 시각적 효과를 내서 날렵해보입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