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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입력
199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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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호의 목소리가 우울하다. 냉소적이고 비관적이다. 「최종적 세계 안전보장수립을 겨냥하는 외교진의 계획도 역시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성이라는 특성으로 보아도 그것은 결코 실현될 리 없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79)이 오랜만에 현실문제에 대해 발언했다. ◆「20세기말의 위선」이라는 제목으로 최근 일본 요미우리(독매)신문에 실린 이 문명론적인 에세이는 이데올로기, 혹은 진보사상에 대한 비판에서 출발하고 있다. 「컴퓨터시대에 우리들은 아직도 혈거시대의 법칙에 따르며 삶을 이어 가고 있다」 ◆이 첫문장 속의 「법칙」은 「자신만이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데올로기이며, 이 병은 소련 공산주의가 무너진 뒤에도 계속 도지고 있다는 것이다. 「수용소군도」의 작가인 그는 94년 5월 망명국인 미국에서 약 20년만에 돌아와 부인 나탈리아와 함께 모스크바 근교 삼림지대에 살고 있다. ◆그는 이 글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확대와 크림반도 귀속문제 등에 관해 구미지도자들의 불공정성과 위선을 공격하는 한편, 옐친 러시아정부의 무능을 질타함으로써 노쇠할 줄 모르는 반체제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솔제니친의 희망은 무엇인가. 그는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의 재통합을 주창하는 슬라브주의자이다. 민족주의자인 것이다. 오늘은 52번째 광복절. 해방 후 한동안 각종 광복절 기념식에는 솔제니친 같은 우리 민족주의자 어른들도 자리를 함께 하며 겨레의 앞날을 생각했다. 여전히 국토가 분단돼 있는 지금, 그때의 전국민적 열정을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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