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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칠 줄 모르는 일본을 보며/임영춘 소설가(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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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칠 줄 모르는 일본을 보며/임영춘 소설가(특별기고)

입력
199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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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치지 않는 망언 지금도 침탈 계속/일제상처 ‘분단’ 민족힘으로 극복해야「추한 한국인」이라는 괴서가 93년 3월 일본 광문사에서 발간되었다. 그러자 이 책이 삽시간에 일본 열도를 뒤흔드는 베스트셀러가 된 것이다. 내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그해 5월8일자 일간지를 통해서였다. 나는 이 순간 전신이 마비되는 것 같았다. 추한 한국이라니! 진짜 전범자인 일본왕은 천수를 누리고 갔는데 징용으로 끌려간 한국인들이 다만 일본인 상관 밑에서 포로 감시원이었다는 이유로 전범자로 몰려 23명이 사형당했다는 사실에 우리는 다시 치가 떨리는 것이었다.

나는 곧 교직을 그만두고 그 좋아하던 술도 끊은 채 「추한 한국인」 책을 구해다 서툰 일본어라 사전까지 동원해서 먼저 번역을 했다. 그리고 조목조목 반론을 제기했다. 작품을 쓰려던 계획이 이 쪽으로 몰두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94년 7월 「추한 한국인이 일본에 답한다」를 출간했다. 그랬더니 곧 일본에서도 반응이 와서 번역서가 나오게 되었다. 그러나 이 책이 일본에서 출간되기까지는 여러 방해공작 때문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아무튼 95년 7월에 출판해 준 출판사 「삼일서방」에 감사한다.

그런데 일본측에서는 벌써 95년 3월 「추한 한국인(역사 검증편)」을 또 출간한 것이다. 전 저서는 조선 말의 부패상을 일제 식민지가 치유했다고 했으며 이번 책에서는 일본이 떠난 해방 후 한국에서 일어난 골육상잔을 힐난하며 비판한 내용이다.

나는 이에 대해 다시 붓을 들었다. 실존철학과 잠재심리학을 동원하여 『일본 때문에 남북이 분단되자 한 민족의 갈등이 증폭되어 동족상잔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다』는 비극적 상황을 설파해 놓았다. 이 책이 96년 1월에 출판된 「추한 한국인가 추한 일본인가」이다. 그랬더니 다음 또 「한일합방 공죄사」라는 3탄을 낸다는 것이다. 나는 또 준비에 착수했다. 끝까지 반론작업을 해볼 결심이라고 일본측에 전했다. 그래서인지 아직 소식이 없다. 그러나 그들의 망언은 그치지 않는다. 그래서 이번에는 양심선언을 한 일본인들에 대한 기사들을 모아 「나는 부끄러운 일본인입니다-추한 한국을 부정하는 일본의 목소리」를 펴냈다. 부도덕한 자들이 양식있는 일본인들을 본받아 회개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그러나 이들은 회개는 커녕 경제대국을 앞세워 더 오만해지고 있다. 지난번 국제노동기구 총회에서는 일본의 군 위안부 만행을 정식의제로 채택하려 했으나 일본의 방해로 무산되고 말았다. 바꿔 생각해 보자. 일본 당신들의 8세된 아이가 징용으로 끌려가서 굶주림과 고역에 시달리다 못해 처참하게 죽어 넘어졌을 때, 또 12세의 어린 딸이 남양군도로 끌려가 하반신이 산산이 찢기어 어머니를 부르다 못해 숨졌다고 할 때 어떠하겠는가. 일본은 오키나와에서 한 소녀가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하자 전 열도가 들끓었고 클린턴 미 대통령의 사죄까지 받아내지 않았는가.

또 생각해 보자. 태평양전쟁 당시 600만명에 달하는 한국인들의 인적 물적 희생이 없었다면 일본이 그 전쟁을 어떻게 감당했겠는가. 일본인들은 오늘날 자신들이 살아 숨쉬고 있는 것이 한국인들의 덕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런데도 한국은 남북 분단으로 극한적 비극 상황에 놓여 있다. 참 슬픈 일이다. 어느새 8·15 52돌을 맞았다. 우리는 흔히 광복절, 해방의 날 또는 2차전쟁 종전 기념일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이를 수긍할 수가 없다. 조국을 되찾아야 「광복절」인데 분단 조국이 됐고, 「해방」이라는 말도 당치 않다. 날이 갈수록 민족성이 변질돼 가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벌써 일본에게 1,000억달러 이상의 적자로 물심양면 완전히 잠식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2차대전도 끝난 것이 아니다. 냉전의 결정체가 155마일 긴 휴전선에 걸려 있어 강대국들의 무기판매창으로 화약냄새에 휩싸여 있다.

21세기를 맞는 축제가 지구촌에서 열린다고 한다. 정말 그대들에게 의식이 있다면 한국 휴전선을 무너뜨리고 나서 다음 세기를 맞을 준비를 하라. 20세기가 시간이 흘러 마감되면 자연 다음 세기가 온다는 생각을 한다면 인류는 전쟁의 참화 속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어느때부터인지 미국작가 스토우 부인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 가냘픈 손매로 「엉클톰스 캐빈」을 써 링컨 대통령을 자극, 흑인을 해방시켰다니 말이다. 한국에는 분단을 녹여낼 이런 작가가 없을까. 나는 다시 긴장하고 붓을 든다. 1억2,000만 전 일본인이 참다운 인간상으로 환원될 때 한국 문제도 해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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