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L기 사고를 다루기 위해 소집된 14일의 국회 건설교통위. 회의가 시작되자마자 자민련 오용운 의원이 의사진행발언을 신청했다. 그는 사고기 잔해앞에서 신한국당 현지조사단이 「기념촬영」을 해 물의를 빚은 일을 거론, 조사단의 일원이었던 신한국당 조진형 의원에게 해명을 요구했다.이러자 조의원은 괌현지에서의 「활약상」을 장황히 설명한 뒤 『기념촬영을 한 일은 전혀 없으며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도 모르고 사진기자를 데려가지도 않았다』고 촬영사실 자체를 잡아뗐다. 그는 『신문에서 「기념촬영」이라고 쓰는 바람에 분노를 사게 됐다』고 언론에 책임을 돌리기까지 했다.
조의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국민회의 이윤수 의원이 즉각 마이크를 잡았다. 『신문에 난 사진을 보면 5명이 나란히 서서 사진을 찍은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어떻게 사진을 찍은 사실조차도 인정하지 않을 수가 있느냐』는 통박이었다. 그러나 조의원은 계속해서 『우리는 현장보고를 받았을 뿐』이라며 『사진촬영 사실은 여기 돌아와서야 알게 됐다』고 강변했다.
백남치 위원장이 『이만하면 해명이 됐다』며 중재를 시도했지만 자민련 오의원이 다시 나서 『사진을 보면 카메라를 든 사람 앞에 의원들이 일렬로 서 있는데 조의원 말을 누가 믿겠느냐』며 혀를 찼다.
어찌보면 「팔이 안으로 굽는」관계인 동료의원들조차도 조의원의 말을 믿지 않는게 분명했다.
사실 조의원의 「당당함」은 당 지도부가 부추긴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신한국당은 물의가 빚어진 뒤 지금까지 한번도 이에 대해 명확한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한 일이 없다. 현지조사단장이었던 이해구 정책위의장이 『현지조사활동 기록차원의 촬영이었다』고 해명했을 뿐이다. 집권당이 이렇게 민심과 동떨어져 살고 있다는 사실이 난감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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