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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젊은 모색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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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의 젊은 모색이 반갑다

입력
1997.08.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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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선전­비침의 미학·질감의 매력 선사/정수영전­강렬한 인상·현대적 주제 담아/이철수전­동화적 세계에서 선의 세계로상상력에 날개가 달렸다면 한국화가의 그것에는 무거운 추가 하나쯤 더 붙어있을 지 모른다. 한국화가들은 동시대 서양화의 흐름과 구별되는, 그러면서도 전통성을 간직한 그런 작품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한산한 여름화랑가에 한국화 전시가 그나마 줄을 잇고 있다. 성수기 때 전시장을 잡기 어려운 신진화가들의 전시가 대부분이지만 새로운 한국화의 조형세계를 탐구하려는 진지한 노력들이 엿보인다.

추계예술대를 졸업하고 두 번째 개인전(20∼26일 공평아트센터,02―733―9512)을 갖는 김영선씨는 우선 재료면에서 종이와 묵을 벗어났다. 30㎝한산모시를 이어 붙여 한땀한땀 수를 놓았고, 거기에 염료를 더해 색을 냈다. 전통 한국화가 먹이 만들어내는 흘림의 미학을 가졌다면 그의 작품은 숨은 바늘 땀이 만들어내는 「비침의 미학」과 「질감의 매력」을 자랑한다. 더욱이 각종 도상과 바늘땀, 염색된 기하공간이 만들어내는 콜라주된 화면은 여백의 미를 대놓고 거스르지만 무채색의 화면은 여전히 안정감과 여유로움을 던져준다. 「륜 시리즈」에서는 거북이 물고기 토끼 목어 소머리 학 같은 전통적인 한국화의 소재들이 맥락을 이루지만 때로는 배꼽티를 입은 젊은 여성도 나타난다. 김씨의 작품은 기법과 소재면에서 전통과 현대성을 적절히 조화시키고 있다.

한국화가 무공해 자연 속에서 음풍농월하는 것같다고 생각했다면 이런 편견은 정수영씨의 전시(19일까지 관훈갤러리, 02―733―6469)에서 말끔히 가신다. 홍대 동양화과 출신의 정씨는 뭉크의 「절규」를 연상시키는 강렬한 인상의 화면을 선보이고 있다. 기독교적 세계관이 느껴지는 가로 370㎝짜리 대형작품 「악마의 가슴을 가진 천사에게 던져진 땅」, 315㎝의 「기억의 저편」은 인간의 원초적 절망을 강렬한 화면에 담아내고 있다. 정씨의 작품은 한국화의 아이덴티티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에서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현대적 주제를 담아내려는 오늘날 젊은 작가의 작품 경향의 일단을 보여주고 있다.

달나라의 옥토끼, 은하수와 어린왕자 등 동화적, 설화적 세계를 그리고 있는 이철수씨의 작품은 마치 일러스트레이션과 흡사하다. 홍대 동양화과를 졸업한 이철수씨의 세번째 개인전 「꿈속이야기」(9월3∼9일 공평아트센터, 02―733―9512)는 내용면에서 흔한 동양화와 구분된다. 밤하늘, 별, 달같은 동화적 소재를 저명도의 색감으로 그려낸다. 어딘지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동화적 세계에 빠졌던 작가가 어느새 선의 세계로 들어선 느낌이다. 일러스트 작품과는 구분되는 물감의 흘림자국도 진득한 느낌을 전해준다.<박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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