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사∼양양호젓한 2시간 길 곳곳 절경/금산∼영동금강을 끼고 달리는 상쾌함/해남∼보성철지난 해수욕장 정취 만끽도심을 벗어나면 벌써 가을 냄새가 난다. 열기가 한풀 꺾인 태양, 높아진 하늘, 절정을 지난 푸른 잎, 산자락에서 묻어나는 미세하지만 서늘한 기운 그리고 한낮이 아니면 발 담그기가 주춤거려지는 강과 바다. 늦여름에만 가능한 묘한 설레임이다.
차를 몰고 떠나는 드라이브 길에서는 이 모두를 느낀다. 더위로 마비되었던 사색도 절로 가능해진다. 가는 길에 지도를 보고 인근의 유적지를 찾아 가거나 모처럼 맛난 먹거리를 즐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여름이 다 가기 전에, 얼마 안 있으면 찾아올 가을을 미리 마중 나가보는 것은 어떨까.
가을이 가장 빨리 찾아오는 곳은 역시 강원도. 특히 속사에서 양양에 이르는 80㎞길은 지대가 높아 달리다 보면 가을 기운을 실감할 수 있다. 동해안으로 향하는 피서길에서 느끼지 못하던 호젓함이 각별하다. 오대산 뒷자락을 관통하다 보면 월정사 소금강 등 굳이 명소가 아니더라도 곳곳이 절경이다. 6번 국도를 타고 2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충청도 내륙에서는 강을 끼고 달리는 코스를 권할 만하다. 충북 금산에서 698번 지방도로와 598번 지방도로를 이어타고 영동에 이르는 길은 금강의 상류를 옆에 두고 달릴 수 있다. 생선을 넣어 끓인 어죽과 모래무지 조림이 이 지방 별미로 제원대교 부근에 먹을 만한 집이 많다. 단양 일대도 늦여름 정취를 즐기기에는 손색이 없다. 지도에서 영월 고씨동굴을 찾아 595번 지방도로를 타고 단양 근처 고수동굴까지 내려간다. 가는 길 오른편이 남한강 자락. 한여름 물가와는 다른 느낌을 준다. 특히 해질녘이 장관이다. 온달성과 절벽을 이용해 축조한 구인사가 볼거리다.
하룻밤 자고 올 여유가 있다면 반도 남단의 전남 해남―보성을 달려보는 것도 좋다. 해남에서 18번 국도를 타고 장흥을 지나 수문포 해수욕장까지 내려갔다가 보성으로 올라가는 길이다. 해안도로를 달리며 보는 철 지난 해수욕장의 정취가 남다르다. 경상도에서는 제법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경북 봉화에서 울진까지 36번 국도로 이어지는 불영계곡이 역시 백미다. 달리는 것만으로도 무더위에 지친 심신이 상쾌해질 법하다. 통고산 자연휴양림과 불영사 구룡폭포 등 볼거리도 많다. 토종닭이나 송어회가 이 지역 별미. 내친 김에 동해안으로 빠질 수도 있다.
서울 근교에서는 문산에서 적성―전곡―소요산 가는 길이 늦여름 드라이브 코스로 제격이다. 서울 이남과는 또 다른 한적함을 맛볼 수 있다. 연천군 미산면에서 숭의전을 구경하고 한탄강 유원지나 소요산에서 쉬다 오면 좋다. 37번 국도를 타고 전곡에서 3번 국도로 바꿔 남하하면 된다. 단 일요일 늦은 오후에는 동두천부터 서울 가는 길이 심하게 막히므로 늦지 않게 떠나야 한다.<김지영 기자>김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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