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자금융 중단으로 할부판매대금 1,200억 현금화 못해 자금난기아자동차가 차를 팔아도 이를 당장 현금화하지 못해 자금난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 자동차생산을 계속하기 위해 부품납품대금은 결제해야 하나 할부 판매대금은 당장 들어오지 않아 차가 많이 팔릴수록 자금사정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해 있다.
12일 금융계와 기아그룹에 따르면 기아자동차는 금융기관의 수요자금융중단으로 부도유예협약 적용 이후 할부로 판매한 자동차 대금 1,200억원을 현금화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회사들은 자동차 할부판매시 소비자명의로 금융기관의 대출을 받아 판매대금을 일시불로 현금화하는 수요자금융 방식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부도유예협약 적용후 기아자동차와 수요자금융거래를 하던 은행들과 7개 카드사들이 신규 수요자금융을 일제히 중단한데다 예정돼 있던 대출도 중단했다. 때문에 하청업체 물품대금은 일시에 지급하고 판매대금은 2년이 지나서야 완전 회수되는 자금공백 현상이 심각해 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자동차 관계자는 『현재 전체 자동차 판매의 50%가 수요자금융형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수요자금융 중단으로 인해 자동차를 만들어 팔면 팔수록 자금난이 악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다급해진 기아자동차는 LG할부금융과 할부금융거래를 하기로 11일 합의했지만 LG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수요자금융액수는 한달에 겨우 100억∼200억원대에 불과, 월 소비자금융 수요자금 1,500억원에는 턱없이 부족한 규모이다.
기아측은 소비자들을 상대로 할부판매를 할 때 이행보증보험까지 첨부한 수요자금융약정서를 작성한 금융기관들이 이를 실행하지 않는 것은 금융기관의 신용을 져버린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이나 카드사들은 『수요자금융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판매사측의 보증이 중요한데 기아자동차의 보증능력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자동차 구입자들에게 대출을 해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수요자금융뿐 아니라 기업체를 상대로 자동차를 판매할 때 자동차대금을 리스나 종금사들이 대출해주는 공급자리스(벤더리스)도 7월이후 완전 중단됐다. 때문에 기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의 자동차판매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기아자동차는 부도유예협약 적용 이전에는 계열사인 기아-포드 할부금융을 통해 은행과 비슷한 금리로 수요자금융 거래를 해 왔지만 기아-포드 할부금융도 자금조달이 안돼 업무를 중단한 상태여서 자동차 판매자금을 미리 현금화할 수단이 없는 상태이다.<김범수 기자>김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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