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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가 깎아낸 전설의 섬/관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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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과 파도가 깎아낸 전설의 섬/관매도

입력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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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다리·방아섬·남근바위… 재미있는 이름만큼 갖가지 전설과 비경을 품고 나그네를 반기는 섬/그곳에 가면 남도의 노랫가락처럼 유장하게 펼쳐진 8경이 있고 휴식이 있다남도 너른 들녘의 구성진 노래는 다도해의 푸른 파도를 만나 전설을 낳는다. 남도의 섬들은 그래서 저마다 하나씩 전설을 품고 있다.

전남 진도군 서남쪽 끝 팽목항에서 한 시간여 파도를 헤치고 달려가 만나게 되는 섬 관매도. 진도군에 속해 있는 크고 작은 섬 가운데 관매도는 「전설의 섬」이라 불리울 만큼 바위 하나 풀 한 포기에도 전설이 서려 있다. 관매도 해안과 주변의 섬들이 빚어내는 관매 8경은 수려한 경관과 구수한 전설의 보고다.

짙은 초록빛 소나무숲과 은빛 모래의 만남. 관매 8경의 첫째로 꼽히는 관매해수욕장은 자연이 빚어내는 색의 조화로 선착장에 내린 나그네를 첫눈에 사로잡는다. 선착장 주변 해변을 따라 2㎞에 걸쳐 병풍처럼 둘러쳐진 3만여평의 소나무숲은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수령 100년이 넘는 소나무들이다. 『관매도가 뭐 볼 것이 있겄소. 그랴도 여그 송림은 전국 제일루 치지. 관매도 사람 농사지어 먹고 사는 것도 다 송림이 있기 때문인디』 관매도 주민 중 최고령인 최낙천(84) 할아버지는 한바탕 자랑을 늘어놓는다. 관매해수욕장의 소나무숲은 모래가 날리는 것을 막아주는 방사림으로 수종은 해변 일대에서 잘 자라는 곰솔이다. 해풍을 머금은 곰솔숲은 바람이 일 때마다 서늘한 기운을 사방에 퍼뜨린다. 한낮의 찌는 더위를 단숨에 씻어간다.

곱기가 이를 데 없는 이곳의 모래는 소나무숲과 더불어 관매해수욕장의 자랑이다. 물에 젖었을 때는 진흙처럼 보이지만 물이 빠져나간 뒤 햇볕을 받으면 은빛으로 빛난다. 잘 다져진 해변은 맨발로 걸어도 모래가 발에 잘 묻어나지 않고 감촉이 부드럽다. 여행클럽 탐진(02―253―7030)의 「관매도 여름캠프」에 참여한 회사원 정모(24)씨는 동심으로 돌아가 모래성을 쌓고 연신 흙장난을 치면서 『거리가 멀어 고생했지만 온 보람이 있네요』라고 말한다. 관매해수욕장은 수심이 얕아 어린이에게도 안전하기 때문에 마지막 피서를 즐기려는 가족단위 여행객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관매 8경은 관매도 주변의 수려한 경치를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다. 다리치섬의 하늘다리와 방아섬, 형제섬, 서들바굴 폭포는 모양도 이름도 재미있다. 관매도 남서쪽 해안 끄트머리의 줄구렁이봉과 닿을 듯 말 듯 붙어있는 다리치섬은 경탄을 절로 자아내게 한다. 칼로 잘라낸 듯 50m 높이의 바위섬이 폭 2∼3m를 사이에 두고 갈라져 있다. 그 사이에 나무다리를 놓아 사람들이 오갈 수 있게 한 뒤 「하늘다리」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녀들이 내려왔다가 날개를 벗어놓고 쉬었다는 곳이다. 북동쪽의 방아섬 봉우리에는 인근 하조도의 신전마을을 향해 우스꽝스런 모양의 바위가 솟아 있다. 생김새를 따라 「남근바위」라고 불리는데 신전마을의 과부들이 이곳을 보며 한숨을 지었다는 짓궂은 이야기가 전해져 온다.

비가 오는 날이면 할미도깨비가 나온다는, 밑도 끝도 알 수 없는 할미중드랭이굴, 우의 좋은 형제처럼 비슷한 모양으로 마주하고 선 형제섬, 방아섬에서 방아를 찧던 선녀들이 땀을 식히며 목욕을 했다는 서들바굴폭포, 돈대산 성둘레바우, 부채바우 등은 어느 섬에서도 볼 수 없는 진기한 볼거리들이다.

관매도 이름의 유래. 1,700년께 조씨라는 한 선비가 귀양가던 중 백사장을 따라 무성하게 핀 매화를 보고 관매도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매화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 이야기만 전해져올 뿐이다.

◎특산물/돌미역·멸치 청정바다의 맛

「진도각」이라고 해서 진도 연안에서 나는 미역은 옛날부터 궁중 진상품으로 올려질 정도로 유명하다. 양식 미역도 품질이 우수하지만 조도면 관매도, 혈도, 독거도 일대에서 채취하는 자연산 돌미역은 그 맛이 특별하다. 오래 끓여도 싱싱하게 그대로 살아 있는 것이 특징. 돌미역은 피를 맑게 해주어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고 피부미용과 산후지혈에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산모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이다. 값도 비싸 스무 가닥 한 묶음에 20만원을 호가한다. 음력 6월말 채취를 모두 끝내고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갔다.

멸치도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오염되지 않은 청정지역에서 자라 깨끗하고, 소금을 적당히 넣어 찐 뒤 햇볕에 말려 맨입에 먹어도 비린내가 나지 않고 짜지도 않다. 돌미역 채취와 미역양식, 멸치잡이는 관매도 200여 세대의 주요 수입원이다. 그러나 올 수확량은 예년만 못하다. 『여그 바다가 자꾸 오염이 돼서 그란지 올해는 신통치가 않아요』 선착장 근처에서 멸치를 말리고 있는 한 아주머니의 말이다. 돌미역과 멸치는 관매도 선착장 근처 특산물 판매점(0632―42―2855)에서 판매하고 있다. 진도로 나가면 돌미역과 멸치 외에도 구기자, 홍주, 검정약쌀 등 진도 특산물을 살 수 있다(진도 군청 유통계 0632―544―4098). 관매도는 바다낚시의 명소로도 알려져 있다. 인근의 방아섬, 형제섬을 비롯한 크고 작은 무인도는 바다낚시의 천국이다. 도미, 농어, 멸치가 많이 잡힌다. 아침 일찍 고기가 잘 물리는 곳까지 배로 데려다주고 저녁 때 다시 배로 데리러오는 갯바위낚시는 6만원, 고깃배를 빌려서 하는 바다낚시는 10만원에서 15만원 정도가 든다. 민박집에서 소개받을 수 있다.

◎가는 길/진도 출발 페리호 하루 6차례

관매도 여행에는 최소한 3박4일 일정이 필요하다. 진도군을 거쳐야 하므로 쌍계사, 운림산방, 용장산성, 남도석성 등 진도의 명소를 돌아보는 것도 좋다. 주말을 끼면 진도향토문화예술회관에서 매주 토요일 열리는 각종 공연도 즐길 수 있다(진도군청 문화관광과 0632―544―3710).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이용할 경우 강남버스터미널을 출발, 진도공용터미널까지 운행하는 우등·일반 고속버스가 하루 두 차례 있다. 부산, 마산, 여수에도 진도직행고속버스가 다닌다.

진도공용터미널에서 팽목항으로 가는 버스요금은 1,200원. 수도권에서 자동차로 갈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회덕분기점에서 호남고속도로로 빠진다. 광산IC에서 13번 국도를 타고 나주 방향으로 가다 18번 국도로 바꿔 영춘 방면으로 접어들면 진도대교에 이르게 된다. 여기서 18번 국도로 계속 가면 팽목항이 나온다. 팽목항에는 관매도행 조도페리호가 기다린다. 조도페리호(관매도 여객대리점 0632―42―3771)는 성수기에는 상오 8시 첫배를 시작으로 하루 6차례 운행한다. 비수기에는 하루 한번 운행한다. 조도 페리호는 자동차도 실어간다. 2만4,000원(기사 한 명 포함). 목포에서도 관매도로 가는 유람선이 운행되고 있다.

관매해수욕장 근처에 텐트치고 야영해도 좋다. 여관은 산수장(0632―42―2445), 옥천장(0632―42―9433) 두 곳, 민박집은 박동철(0632―42―3837) 최이병(0632―42―3812) 조창일씨댁(0632―42-3820) 등 10여곳, 식당은 송백정(0632―42―3838) 솔밭횟집(0632―42―3807) 등이 있다.<관매도(진도)=김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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