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후보/철저 검증/주변 인물평 광범위한 청취/“한번인연 끝까지 챙긴다” 강조신한국당 이회창 대표의 꼼꼼하고 신중한 성격은 사람을 쓰는 데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이대표는 「자신을 위해 일할 사람」을 기용할 때는 반드시 대상자의 주변사람들로부터 그에 대한 인물평을 광범위하게, 장시간에 걸쳐 청취한 뒤 「괜찮다」는 판단이 내려져야 비로소 발탁한다. 경선때는 경선대책위에 사람이 늘 부족해 여러차례 충원을 건의했지만 이대표가 워낙 신중한 태도를 보여 측근들이 애를 먹었다는 것이다.
93년 말 이대표가 국무총리에 취임하면서 총리실 제1 행정조정관에서 총리비서실장으로 승진했던 이흥주 대표비서실차장은 이대표와 개인적 인연이 전혀없던 자신이 어떻게 「총리의 측근」으로 발탁됐는지를 한참후에야 알았다. 업무보고 과정에서 그를 눈여겨봤던 이대표가 이효계 전임 비서실장(현 농림부장관)과 총무처 관계자, 그리고 총리실 출입기자들에게까지 이차장에 대한 평가를 물었다는 것이다. 이 원칙은 황영하 전 총무처장관, 황우려 의원, 고흥길 특보 등 다른 「이대표사람」의 발탁때도 똑같이 적용됐다.
이대표 용인술의 두번째 원칙은 『한번 인연을 맺은 사람은 끝까지 챙긴다』는 것이다. 이대표는 경선을 치르면서 정치입문 초기부터 자신을 돕던 이른바 「원외 9인방」에게 이같은 뜻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런 스타일은 「엘리트주의적 인선」이나 반대파에 대한 「포용력 부족」이라는 비판을 낳을 소지도 없지않다. 이에대해 이대표의 한 측근은 『이대표는 적어도 인물검증의 미흡으로 다수 각료가 도중하차했던 문민정부의 조각때와 같은 실수는 절대 범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대표는 이와함께 측근들에 대해 철저한 「분할통치」를 구사한다. 특정인에게 힘을 몰아주지 않고 측근간 경쟁을 은연중에 유도한다는 것이다. 측근들은 각기 담당분야를 갖고있을 뿐 이를 총괄하는 측근은 없다. 이는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은 내가 져야한다』는 이대표의 「카리스마적」리더십과도 무관치 않다.<유성식 기자>유성식>
◎김대중 후보/깜짝쇼 NO/성실·노력형 선호 적소에 배치/측근이라고 무리한 중용 안해
김대중 국민회의총재는 정치 9단답게 용인술에도 일가견을 이루고 있다. 가장 큰 특징은 상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인사는 좀처럼 하지 않는다는 것. 지난 7월초 사무총장과 정책위의장을 포함한 대규모 당직개편이 단행됐을 때의 일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당시 김총재 주변에선 『대선전략차원에서 「깜짝쇼」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이 줄기차게 제기됐으나,결과는 순리에 입각한 인사였다. 한 중진의원은 『김총재의 인사스타일은 YS식의 파격인사와는 궤를 달리한다』고 말했다.
어떤 사람을 기용할 때 그 사람의 장·단점을 정확하게 파악해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도 돋보이는 대목이다. 유재건 부총재의 비서실장 기용이 단적인 예이다. TV토론의 중요성을 감안해 미디어정치감각이 뛰어난 유실장을 비서실장에 주저없이 발탁한 것이다. 김총재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설훈 의원은 『김총재는 사고도 그렇지만 행동자체도 합리주의를 바탕으로 하고있다』며 『사람을 쓸 때 당사자의 장점을 활용해 필요한 곳에 배치한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일반적으로 성실·노력형을 선호한다. 그리고 측근이라고 해서 무리하게 중용하지 않는 특징도 보이고있다. 과거 동교동 비서출신들중 현재 핵심당직을 맡고있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당 10역 인선에서도 가신그룹은 배제됐다. 박지원 총재특보는 『김총재는 측근을 주위에 놓고 개인참모로는 활용하지만 중용하는 일은 드물다』고 말했다. 김총재의 측근중 한사람인 한화갑 의원은 『동교동 비서진도 상황이 바뀔 때마다 새사람들이 왔다』며 『능력위주로 가능한한 골고루 등용하는 것이 장점』이라고 말했다.
정치환경이 급변하면서 김총재의 인사스타일에도 적지않은 변화가 나타나고있다. 비호남권의 영입파를 전면에 대거포진시킨 것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 측근의원은 『과거와 달리 이질적 요소가 대폭 늘어난 당내상황이 김총재로선 새로운 부담요인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장현규 기자>장현규>
◎김종필 후보/평생 동지/‘5·16후 35년 운전기사’ 유명/경륜·서열 중시 맡기면 믿어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용인 스타일을 말할 때 빼놓지 않고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김총재가 5·16에 참여하면서 군에서 데리고 나온 운전기사에 관한 얘기다. 이 운전기사는 김총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35년 동안이나 숱한 정치적 부침을 지켜보다 95년에야 김총재 곁을 떠났다. 그것도 김총재가 사람을 바꾸려 했기 때문이 아니라 운전기사 본인이 「시력이 나빠져 더이상 운전을 할 수 없다」며 그만둘 것을 간곡히 요청한 때문이었다. 김총재는 한번 사람을 믿고 쓰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오래 쓴다는 평을 듣는다. 지금도 김총재의 지근거리에는 최인관 비서실 차장 등을 포함해 25∼30여년 이상 김총재를 보필한 인사들이 수두룩하다.
김총재의 정치적 용병술도 이같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88년 신민주공화당 시절 김총재는 김용환 당시 정책위의장 등 당 4역을 2년동안 한번도 바꾸지 않았다. 지난 6월 자민련 전당대회이후에도 대폭적인 당직개편설이 나돌았으나 김총재는 강창희 사무총장을 새로 기용하는데 그쳤다. 이는 당안팎에서 권력의 정점에 있어 봤던 김총재가 인사에 있어 경륜과 서열을 중시하지 YS식의 「깜짝쇼」는 하지 않는다는 것으로 받아 들여지고 있다.
공주사범학교 후배로 반평생을 김총재와 인연을 맺어 온 김석야 보좌역은 김총재의 인생철학인 「상선여수」로부터 이같은 스타일이 비롯됐다고 말한다. 최고의 선은 물이 흐르는 것과 같아 김총재는 사람을 쓸 때 절대로 무리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모습에는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는다」는 얘기도 함께 붙어 다닌다.
김총재가 정치인으로서 널리 인재를 구하는데 다소 소극적이라는 평을 듣는 이유도 이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을 고를 때는 신중한 태도를 보인다는 게 중론이다. 사람을 고를 때는 심사숙고 하지만 한번 일을 맡기면 진가를 발휘하도록 충분한 시간을 준다는 것이다.<고태성 기자>고태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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