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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한 무역업자들/마약밀매 가담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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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한 무역업자들/마약밀매 가담 ‘충격’

입력
1997.08.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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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월간 구속 145명 사례공개/“재기자금 마련” 유혹에 히로뽕 밀수·판매/투약자 중류층 확산 ‘선진국 소비행태’보여도산한 기업인이 재기를 위해 마약밀매에 손을 대는 등 장기화하는 경기불황이 마약사범까지 양산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지검 강력부(서영제 부장검사)는 13일 최근 5개월간 적발, 구속한 마약사범 145명의 사례를 공개했다.

이들 사례 가운데 가장 충격적인 것은 도산한 중소기업인들의 마약밀매. 특히 무역업을 하던 기업인들은 마약 밀수, 국내사업가들은 마약 판매 등으로 뚜렷이 「영역」이 구별되는 현상을 보였다.

인천에서 컴퓨터 금형제조업체를 경영하던 안명철(38)씨는 수억원의 채무에 시달리다 홍콩에서 히로뽕 114g을 팬티속에 숨겨 들어오다 김포공항에서 적발됐다. 검찰조사 결과 안씨는 재기를 위한 사업자금을 마련하려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도자기 판매업자 권광혁(31)씨도 중국산 복제음반 수입이 여의치 않자 6배이상의 판매차익이 생기는 히로뽕에 손을 댔으며 인형제조업체 사장인 인설환(41)씨는 쪼들리는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중국에서 히로뽕 1.4㎏을 밀반입, 직원을 시켜 판매하려다 적발됐다. 인씨는 수사과정에서 이 히로뽕이 카페인으로 밝혀져 「사기」까지 당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특히 서울에서 유명요정 「오진암」을 운영했던 박영호(48)씨는 히로뽕 중독으로 가산을 탕진한 뒤 히로뽕 밀매업자로 나섰다가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백색자금」으로 재기하려한 20여명중 적발 전까지 어느 정도라도 기반마련에 성공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결과 또 마약에 대한 거부감이 약화하면서 투약자들이 종전 특수계층에서 중류층으로 확산되는 선진국형 소비형태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60대 할머니가 신경통치료를 위해, 10대 여성이 살을 빼기 위해 히로뽕을 투약한 사례도 발견됐다.

이밖에 이연경(34·여)씨는 남편이 히로뽕밀매로 구속되자 괴로움을 잊기 위해, 장정일(31)씨는 도박판에서 재산을 잃고 낙심끝에 히로뽕에 빠져들었다. 또 윤락녀 10여명은 피로를 풀려다 마약에 중독됐고 이중 안마시술소종업원 김모씨는 월수입 500만원을 모두 히로뽕 구입에 탕진하기도 했다.

검찰은 『최근 강력한 단속으로 마약품귀 현상이 일자 국내 히로뽕가격이 일본의 5배, 중국의 10배, 동남아의 4, 5배로 폭등했으며 이로 인해 밀수조직은 물론, 외국관광객이나 보따리 장수, 소규모 오퍼상 등까지 마약밀수에 뛰어들고 있다』고 밝혔다.<이태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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