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에 23년째 연재 다섯번째 묶음 펴내/우리사회 크고작은 일들 특유의 입심으로 녹여한국일보에 야심작 「상도」를 연재하고 있는 작가 최인호(52)씨가 23년째 월간 「샘터」에 연재 중인 「가족」이 다섯번째로 「인간가족」(샘터 발행)이라는 제목으로 묶여져 나왔다.
최씨가 처음 「가족」을 연재한 것은 75년. 이번 「인간가족」에 실린 이야기들은 92년 6월부터 95년 12월까지 연재된 내용이다. 타인이던 젊은 남녀가 만나서 아이를 낳고 한 가족을 이루어 최선을 다해 서로를 사랑하며 살아가는 모습을 그려온 「가족」은 작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회 평범한 가족의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처럼 훈훈한 감동을 주어왔다. 그새 작가는 자신의 말로 「영락없는 중늙은이」의 모습이 되어버렸고, 「견습부부」였던 최씨부부의 딸과 아들, 다혜와 도단이까지 벌써 시집장가갈 나이가 됐다. 대학 들어가 처음으로 술을 마시고 들어와 현관에 큰 대자로 쓰러진 도단이가 어머니로부터 『아이구 망할 자식, 마실 줄도 모르는 술을 퍼 마시구서. 아이구 내 팔자야』라는 지청구를 듣는 것을 본 작가는, 내심 자기도 사내라고 마실 줄도 모르는 술을 퍼 마시고 들어온 아들이 개선장군처럼 듬직해 보인다. 「인간가족」에는 이런 자잘한 가족의 사연과, 삼풍백화점 사고 등 그 사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났던 크고 작은 일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특유의 입심으로 재미 있고도 감동적으로 녹아있다.
최씨는 가족의 삶은 차이코프스키가 「비창」 1악장을 연주하는 이들에게 주문하였듯 「느리게, 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 살아가야 할 그런 것이라고 말한다. 가족은 우리들의 가정을, 나아가 사회를 평화롭게 이룩해야 할 의무를 지닌 평화의 전사들이라는 것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