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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노트’ 펴낸 박상이씨(여자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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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대생 노트’ 펴낸 박상이씨(여자의 남자)

입력
1997.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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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했던 여학생은 다 어디로 갔나『대학때는 두각을 나타내던 여대생들이 사회에 진출하면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고 들었다. 주위에 있던 똑똑하고 뛰어난 여학생들이 「다 어디 갔을까」라는 의문에서 책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재미교포 사학도인 박상이(31·서울대 국사학과 석사과정)씨가 최근 우리 나라 여대생들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책 한권을 펴냈다. 박씨는 「여대생 노트―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가지 않은 길 출판사)에서 대학원과 직장 어디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여대생들의 현실을 인터뷰와 각종 자료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11살이던 75년 이민을 가 20년만인 94년에 귀국한 박씨는 『미국에서 소수민족으로 느꼈던 소외감이 여성들이 절감하는 차별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어 낯설지 않았다』고 말한다. 버클리대학 2학년때 강간당한 여대생을 위한 촛불행사에 참가하기도 했지만 여성문제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귀국하면서부터다. 박씨는 3년째 여성단체연합에서 자원봉사자로 팸플릿 영문 번역일을 하고 있다. 책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년전 버클리대의 선배가 아시아 각국의 여성차별에 관한 논문을 쓰면서 박씨에게 한국의 자료를 구해달라는 부탁을 한 것. 대학내 여성의 지위에 대한 자료가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에 아예 박씨가 사례를 모아 보고서를 써 보내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출발이었다. 영어 회화 모임을 통해 알게 된 강성원(26) 이지은(29) 송강희(32)씨와 96년 초 아예 출판사를 차리고 여대생 인터뷰와 집필과정을 함께 했다.

여자가 많이 입학하면 「과의 세력이 약해진다」고 말하는 교수들,실험하다 연구실에서 자면 「여자가 아무데서나 잔다」고 흉보는 대학원 동료들, 「여자가 열심히 공부할 필요가 있느냐」고 의욕을 꺾는 교수들의 모습이 박씨가 만난 여대생들이 밝힌 어려움들이다. 박씨는 『귀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인종 종교의 갈등이 적고 실력만 있으면 성공할 수 있는 나라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남성들에게만 열린 기회였다는 것을 알게됐다』고 말한다.

박씨는 『여대생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는 대학내 성범죄 방지, 여자 교수 할당제, 여학생 수 증가를 위한 우대조치가 필요하다』며 『앞으로 직장여성의 현주소를 알아보는 책도 쓸 계획』이라고 말한다.<노향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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