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테 빌라 ‘남자 부려먹기’ 출간/“역사는 여성의 남성착취” 이색주장「역사는 여성에 의한 남성착취의 기록이다」-페미니스트나 권위적인 남성들이 들으면 똑같이 경천동지할 도발적인 주장을 담은 책이 번역출간됐다.
독일의 의사이자 저술가인 에스테 빌라가 쓴 「어리숙한 척, 남자 부려먹기」(황금가지 출판사)가 화제의 책.
빌라는 이 책에서 『남성지배사회란 사실 여성들이 온갖 골치아픈 사회적 책임들을 남성에게 전가시키기위해 기꺼이 맡아온 희생자 역할을 순진한 남자들이 액면 그대로 해석한 결과』라고 말한다.
여성이며 어머니인 이들은 자기비하와 칭찬을 통해 아들에게 「남성다움」을 길들이고 아들은 이를 평생을 두고 순진하게 실천한다. 여자친구를 위해 좋은 매너를 발휘하고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며 돈을 벌어 가정경제를 책임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가 남편을 위해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가사에 매달려있는 것에 대해 늘 죄책감을 갖도록 만드는 것이 이 길들임의 책략이다.
길들임은 일상생활에서 여성들이 흔히 쓰는 언어에 그대로 드러나지만 이 언어들은 한결같이 남성이 듣기에는 여성의 연약함과 사랑스러움의 증표이다. 「남편이 원한다면 난 당장이라도 일을 그만둘 수 있어」는 남편이 충분한 경제력을 갖게되면 더이상 일하지않겠다는 선언과도 같다. 「그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표야」는 남편을 이용한다는 것을 그가 절대로 간파할 수 없게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 「남자는 나를 지켜줄 수 있어야해」는 남자는 내가 귀찮은 일들에 관계하지 않도록 해줘야한다는 생각을 담고있다.
또 「여성해방은 좀 그런 것 같아」는 남자가 나를 위해 일하도록 내버려두는 편이 낫다는 것이며 「이젠 남녀평등의 시대야」는 돈을 벌어다준다고 해서 남편이 나에게 명령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는 주장과도 통한다.
결국 「남성다움」이란 남성들이 평생을 노동기계로 보내면서도 자신이 지배자이며 착취자라는 희한한 몽상에 빠지게 만드는 거짓 신화라는 것이 빌라의 주장.
그러나 남성우월의식의 허구성을 갈파했다고 해서 이 책이 페미니즘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빌라는 『여성은 탁월한 책략가이기는 하지만 그 책략의 목적은 궁극적으로 노동없이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 것이며 행복은 지칠줄 모르는 소비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말함으로써 여성을 소비주체로서만 규정하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이성희 기자>이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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