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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쓰기(대선후보 스타일 연구:1)

입력
1997.08.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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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후보/‘결벽파’/수입·지출 아랫사람에 일임/정치자금도 직접조성 피해이회창 신한국당대표는 일반적으로 깐깐하고 꼼꼼하고 치밀한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바로 돈이다.

『이대표는 젊어서부터 돈문제에 있어서는 자유로웠던 사람』이라는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한결같은 말이다. 부인 한인옥씨는 각종 언론인터뷰에서 『남편은 판사시절엔 월급 봉투째, 변호사시절엔 수임료를 모두 내게 맡기고 용돈을 받아갔다』고 밝히고 있다.

돈에 대한 이대표의 「결벽성」은 법관시절부터 비롯됐다. 판사시절 후배판사들과 회식을 할 때 그는 변호사였던 아버지의 지원에 의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대표가 「목돈」을 쥐게 된 시기는 86∼88년까지 변호사생활을 하던 때. 이대표의 오랜 친구인 배도 효성그룹고문은 『법관시절에는 여유가 없었는데 변호사를 개업한 뒤에는 좀 사정이 달라져서 친구들끼리 만나면 곧잘 비용을 부담하곤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때에도 수입과 지출은 모두 아랫사람에게 일임하는 스타일이었다. 이대표 변호사사무실의 사무장으로 10여년째 일하고 있는 이형표 비서관은 『수임료 부분은 철저히 직원들에게 위임하고 직접 챙기는 일이 거의 없다』고 소개했다.

이런 「깔끔한」 성격이 정치에 입문해서는 정치자금 부분에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자신이 직접 자금을 마련하는 것도 피하고 있을 뿐 아니라 측근들에게도 『법에 어긋나는 자금조성은 절대 안된다』고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경선과정에서 총무분야를 맡았던 황영하 전 총무처장관은 『감사원장 시절부터 이대표는 재정 집행은 모두 아래에 위임하고 간섭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대표의 이런 처신에는 「함정」이 있다. 『나만 깨끗하면 그만』이라는 식의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비서진들에게 『알아서 비용을 만들어 쓰라』는 지침이 내려진 게 대표적인 예이다. 이를통해 이대표 자신의 청렴성은 담보받을 수 있을지 몰라도 주변인사들에 의해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신효섭 기자>

◎김대중 후보/‘정확파’/지출내역 꼼꼼히 따져 관리/거스름돈까지 일일이 기억

지난달 새벽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서울 동대문시장을 방문했을 때의 일. 김총재는 수행에 나선 신낙균 부총재, 김희선 지도위원, 추미애 의원 등 5명의 당직자에게 7,000원에서 3만원정도의 옷을 한 벌씩 사주었다. 신부총재 등은 다음날 김총재가 옷값을 일일이 기억하고 있는데 놀랐다. 김총재는 이들에게 1만원권 지폐들을 건네준 뒤 거스름돈을 챙겼기 때문에 옷값을 알 수 있었고 이를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돈쓰는 일에 관한 김총재의 일화는 다양하다. 분명한 것은 김총재가 돈쓴 곳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총재는 자신이 도와줘야 할 정치인들에게 자금을 지원할 때, 「능력」이 없는 사람을 많이 도와준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김총재는 90년대초 재야인사들을 영입한 뒤 많은 경제적 지원을 했는데, 누구에게 언제, 얼마를 주었는지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측근들은 이같은 김총재의 스타일을 숫자에 관한 천성적인 기억력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뒤로 돌아 셈을 해서 준다」는 설에 대해서는 김총재 스스로나 주변에서 고개를 가로젓는다. 김총재 역시 지갑을 통째로 건네주거나 측근을 불러 격려금 주기를 즐긴다. 다만 20대에 스스로 사업을 했고 여러차례의 경제적 곤궁을 겪으면서 역경을 헤쳐 나가야 했던 데서 비롯된 준비성 만큼은 지나칠정도로 철저하다. 박지원 총재특보는 지갑을 건네받았던 사례 몇가지를 들면서 『김총재는 돈의 많고 적음이 금세 얼굴에 나타난다』고 말했다.

김총재는 95년 국민회의 창당이후 가능한 한 자금사용을 당재정으로 공식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당비 결제는 조세형 권한대행에게 위임하고, 식사비 교통비 등은 수행비서에게 지갑을 맡겨놓고 치르게 하고 있다. 이와함께 그동안 기피해온 신용카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분명한 것은 김총재가 최근의 정치사정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돈에 쪼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 대한 격려금 횟수도 줄었고 액수 역시 3분의 1 수준에 머물고 있다.<유승우 기자>

◎김종필 후보/‘무욕파’/“돌고 도는게 돈” 지갑 소지안해/웃돈 주기 즐기지만 카드 안써

김종필 자민련총재의 돈철학은 『돈이란 돌고 도는 것』이다. 그래서 김총재는 평소 지갑을 지니고 다니지 않는다. 운전면허증이나 주민등록증은 승용차 사물함에 넣고 다니지만 지갑만큼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식사를 할때나 물건을 살 때도 질은 따지지만 『싸다, 비싸다』는 얘기는 거의 하지 않는다. 식사를 대접할때 등 불가피한 경우에는 직접 계산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비서들이나 측근들이 대신 지불한다. 남이 보는 앞에서 돈을 세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고 측근들이 지출내역을 보고 하면 일일이 따지지않고 총액만 확인 한다.

12일 마포 당사 집무실에서 평소 돈을 어떻게 쓰냐고 물었더니 직접 주머니를 털어 보였는데, 실제로 왼쪽 바지주머니에는 1만원권 10여장, 오른쪽 주머니에는 손수건 1장과 도장만 들어있다.

김총재는 주변의 경찰이나 청소원, 수위, 음식점 종업원 등 삶의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즉석에서 『후하다』 싶을정도의 격려비나 수고비를 선뜻 집어준다. 바둑이나 골프를 칠 때 내기를 즐겨하는데, 지면 「더블」을 부르길 좋아하고 졌을 경우에는 『한장은 정이 없다』면서 웃돈을 성큼 더 얹어 주기도 한다. 김총재는 『돈이 없어서 탈이지 있으면 얼마든지 쓰고 싶다』고 말하곤 한다.

김총재가 돈 어려운줄 모르는 정치생활을 해 온것은 틀림없지만 펑펑 쓸만큼 돈이 많거나 무작정 지출을 즐기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게 주변의 얘기이다. 신용카드는 낭비가 심하다는 이유로 전혀 쓰지 않는게 좋은 예이다. 김총재에게는 돈에 관한 무욕을 강조하기 위해 늘 따라다니는 일화가 한가지 있다. 80년 신군부에 의해 몰수당한 서산농장과 제주감귤밭 등 재산을 되찾기 위해 주변에서 소송준비까지 해줬는데도 이를 계속 거절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 일화이다. 『세상에 영원한 내것이 어디 있느냐. 어차피 우리나라땅 안에서 어디엔가 쓰여지고 있다면 족하다』는게 김총재가 주변에 말하고 있는 이유이다.<홍윤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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