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허위광고에 경종95년 10월 「고름우유」 파동을 일으키며 비방광고전을 벌였던 유가공업체들에 법원이 12일 소비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판결을 내린 것은 소비자의 권리확산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비록 이 판결로 소송당사자인 소비자 개인에게 돌아가는 금액은 3만원에 불과하지만 손해배상 액수의 많고 적음을 떠나 해당 업체들로 하여금 불특정 다수인 소비자들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담당재판부인 서울지법 민사합의14부(재판장 장경삼 부장판사)는 판결문에서 『현대산업사회에서 소비자들이 소비의 형태를 결정하는데 기업의 상업광고는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위법성의 한계를 벗어나 구체적인 사실을 신의성실 원칙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과장하거나 허위광고해 소비자들이 손해를 입게 됐다면 해당 기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못박았다.
자사의 상품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무분별한 허위광고를 일삼고 있는 기업광고 풍토에 경종을 울리겠다는 의미다.
재판부는 또 어차피 손해배상을 인정받은 원고들이 불특정 다수이기 때문에 「고름우유 파동 당시 우유를 마시고 있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라도 입증할 수 있는 소비자」들은 모두 소송 당사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모든 국민들이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음을 전제하고 손해배상 금액을 1인당 3만원으로 제한할 수 밖에 없었다』며 『또 고름우유 파동으로 우유의 품질이 향상된 점 등도 고려, 이 소송으로 유가공업체들이 입는 피해를 최소한도로 줄여야 한다는 점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손해배상 소송시효가 위법행위로 인한 피해를 인지한 때로부터 3년인 만큼 고름우유 광고가 게재된 시점은 95년 10월로부터 3년이 되는 98년 10월까지 소송을 제기하는 소비자들은 또다시 승소할 가능성이 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상징적인 의미가 강조된 것임을 감안한다면 이들 유가공업체들을 상대로 한 무분별한 소송을 제기하기 보다는 이번 판결의 취지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주된 시각이다.
YMCA 시민중계실 서영경 팀장은 『최근들어 기업들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고접수가 늘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업들의 무분별한 경쟁에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희생당해온 풍토에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의미있는 판결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이영태 기자>이영태>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